프로스트의 시에 나온 것처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숨이 멎을 때까지 아련하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데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언제나 결과를 중요시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숲 속 길 나무 가지에 매달린 이정표 처럼 다른 사람이 내 앞길을 이끌어 주는 데로만 간다면 얼마나 편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길도 어느 누군가는 처음의 두려움을 안고 개척했듯이 나나 우리는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 덕분에 이미 인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과분할 정도로 편하게 지내고 있다.
누군가, 걷다 보면 너무나 힘든데 힘드니까 아무 생각이 안 나서 좋다는 그 말이 떠오른다. 가지 않은 길은 어쩌면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겉으로만 좋게 보여지는 아이러니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후회없이, 묵묵히, 한순간 한순간 지금 가는 그 길에 내 족적이 남을 수 있도록 항상 감사하고 최선을 다 하는 것만이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그리고 영겁의 세월이 지나도 모든 사람은 결국 같은 길 위에 서 있다.
2010년 10월 10일 일요일 선자령 트레킹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