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진은 이튿날 아침 해장용 매운탕. 전복, 조개류, 내장 등 넣어서 다리네 아저씨가 끓여 준...
항상 담날 아침은 숙취에 괴로와 하면서 라면 해장을 해 왔다. 뭐, 내가 준비하지도 못하는데 감지덕지하기만 했는데.
다리네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음식을 바지런히 준비한다. 전복과 생선 내장, 야채, 조개를 넣고 끓인 담백한 매운탕. 허걱!
수십년 야전 전문가인 남편이 전기밥솥에 한 밥은 많이 많이 꼬들거려서 (생쌀도 아닌데 이빨에 끼는 불상사를...) 먹기가 좀 그랬음에도 이 매운탕 덕분에 평소보다 다들 밥을 더 맛있게 푸짐하게 먹었다. 해장 국물의 힘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날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며 차양 아래 오손도손 길게 앉아서 수다를 떠는 것도 묘미가 있었다. 좀 고루고루 사진 좀 찍을 걸..
아이들은 우산도 안 쓰고 -- 특히 울 애들 -- 뛰어 다닌다. 답답한 아파트 생활에 갇혀 1년에 계절에 한번씩 나오는 정도는 비를 맞고 뛰던 거지차림이 되던 좀 신경 안 쓰는 것도 좋다. 아래층 못된 마귀 할망구만 아니었어도 이런 데 와서 물 만난 듯 뛰지도 않는데다 자주 있는 기회도 아니니 실컷 뛰어라.
안면도 이튿날은 항상 햇살이 상쾌해서 바다로 나가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100% 만족할 수 있으랴. 대신, 비 오는 야외에서 매운탕까지 대접받았으니 120% 대만족~~
정말, 인물 사진은 없고 먹는 사진만 있구나. 약간 늦은 아침을 배불리 먹었으니 향수가든 점심이 다들 남을 수 밖에... 가던 길에 대구 은석씨네 대하를 사러 비가 옴에도 붐비는 백사장 해수욕장을 뚫고 우리도 꽃게 1키로를 사서 저녁에 쪄먹었다.
식도락 여행이라지만 너무하구만. ^^ 올라오는데 비까지 오느라 차는 무지 막히고 고생한 남편한테 미안...
향수가든 쌈밥
고추를 저 된장에 찍어 먹으면 크악~~ 맵지 않은 콩비지에 애들 밥 비벼 주고.
된장찌개도 시골 된장 맛. 고추장 안 넣고 고춧가루도 안 넣고.
대거 남긴 각종 쌈들. 그래도 윗 부분들은 거의 먹었다. 가져 가지도 못하니, 쩝~
1키로, 중간 싸이즈 꽃게 세마리. 남편은 바지런히 까서 애들한테 먹임. 열광적으로 입을 벌리는 제비새끼들처럼..
아~ 나도 좀 담엔 그래야지.
장렬히 전사해서 대자로 누운 꽃게, 맛이 가 버린 눈을 보니 미안하기까지 -_-
낙지젓이랑 어리굴젓 한통씩 사 옴.
게딱지 내장 국물로 포식. 휴~ 힘들어...
다녀 오면 정말 그런 것이, 어찌 여행인데 음식란에 올려야 할 정도로 먹는 사진 밖에 없다냐.
제대로 많이 찍지도 않고 다시 갈까 후회하기를 반복한다.
안면도는 하루 코스로도 가고 싶지만 다음 대하는 5월 말이나 6월 초 쯤, 알이 박였을 때 먹기로 기약한다.
입맛은 청와대에 올라 보고 왔으니 낼부텀 또 머해 먹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