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 경 check-in time에 맞추어 참석 가족들 모두 도착했다. 휴양관 잔디밭 앞에 앉아 어디서 어떻게 먹고 놀 것인지 상의한다. 우리네 4명, 아원이네 4명, 혜정씨 동생 2 가족까지 8명, 성훈네 4명, 주현이네 4명, 인서 가족 3명, 이번 프로젝트에는 총 27명 (어른 15명, 아이 12명) 참석~~
혜정씨 조카네는 1학년인데 학교 끝나는 타임에 맞추어 픽업했다곤 하지만 대체 나는 엄마 맞나..
그나마 요즘엔 '체험'이란 명목으로 결석이 아니니 (내가 오히려) 더욱 신났다. 가기 전, 다녀 와서도 신청서와 보고서 쓰는 것도 종이를 들이밀어야 겨우 써 주는 아이들이란 점 한가지가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1박 2일 빡세게 다녀 오는 것도 그렇거니와 길바닥에 시간 다 버리고 6시에나 도착한다면 여행은 오로지 술 마시기 위해 변두리로 나가는 꼴 밖에 안된다. 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곳 많은데 하나라도 더 보고 듣고 맛봐야지 (자금 걱정은 딴 문제). 언제나 거창하지 않고 소박한 여행 문화 속에 살고 싶을 뿐이다.
여길 와본 혜정씨의 경험과 조언으로 숲속의 집 윗쪽 공간에 있는 정자를 먼저 확보한 후 여기에 base (술 마실 공간)을 차리기 시작했다. 일사불란하게, 어느 누가 뭘 하느냐 말도 안하고 알아서 움직인다. 협동심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이젠 다들 전문성이 돋보인다 ㅋㅋㅋ 혜정씨랑 창용씨, 아원아빠까지 모두 다 너무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들이다. 규정에선 벗어 났으나 주목나무 마당 화로를 잠시 옮긴 후 여기에서 고기를 굽고 정자를 먼저 청소한 후 돗자리나 박스 깔고 밥상 2개 붙이고 자리 모자르면 정자에 빙 둘러 앉을 수도 있다. (혹은 기댈 곳 필요한 분)
주목 나무 옆 정자에 베이스를 차리고 그 옆 조그만 계곡 물줄기가 있다.
여기에 알코올과 음료, 물을 박아 놓는다.
정자에 전등이 없다. 3만 8천원이나 주고 주변 마트에서 릴을 구해 와서 남편이 어쩌구 저쩌구 연결한다.
나중에 가져 가려니 천덕꾸러기가 되었지만 우리 꺼 램프등 하나 걸고 주목나무 방에 선을 연결해서 설치한 이거랑 켜 놓으니 제대로 된 주막집 조명이 완성된다. 흑흑 울 남편 최고다.
우리 마을에도 전기가 들어 왔어요오~~
아이용 텐트 안에서 희경이. 이 텐트에 4명 들어서면 꽉 찬다.
동균이부터 시작해서 조로록 모아 놓으면 거의 연년생이다. 동갑들도 있고..
정자에선 어른들이 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주목나무 옆 공간에 돗자리 깔고 아이용 텐트 쳐 놓고 (이 텐트 나중엔 삐걱 거린 후 흐지부지 밟고 지나가고 와르르 무너짐) 어느 공간도 정원은 (?) 넘쳐 흐르지만 잠시도 궁둥이 붙이지 않는 아이들은 밥 한번 잘 먹이면 내내 놀러 나가기 때문에 신경 안 쓴다. 물론 어른도 밥 먹을 공간이 비좁아서 불만 가진 적 없다 ^^
번거롭긴 하지만 주목나무 그릇이랑 분비나무 그릇이랑 가져다가 먹고 컴컴한 아래 가스등 켜 놓고 밥을 먼저 해서 아이들을 먼저 먹이느라 엄마들이 고생했다. 부지런한 싸이클을 가진 성훈이가 배고프다고 보채서 쏘세지부터 먹이려고 나무 젓가락에 꽂아 구우려고 하니 아이들 줄줄이 하나씩 달려 든다. 굽는데 시간이 약간 걸림에도 애들은 차례대로 나도 나도를 연발~~ 성훈 엄마가 구워 주다가 나도 허접하게 챙기는데 숯불에 굽는 쏘세지 냄새 땜에 침 삼키던 기억~~
밥 해서 풨는데 수저 아직 도착 안 해서 손으로 집기 시작, 물 달라고 한명씩 얘기하니 주르륵 흘리고 밥풀 천지에 여기 저기 붙이고 밟고 고기 구워서 대령했는데 남편을 비롯 남자들 몇 분은 먼저 정자에서 술판 벌인다. 저쪽 모습은 양반이며 인간의 모습인 반면 여긴 ㅋㅋㅋ.. 엄마들의 희생이란 언제나 눈물 겹다.
밤 11시 쯤 남편이 먼저 나가 떨어지더니 그 이후 술판이 흐지부지~~ 남아 계신 분들도 많이 안 드시거나 오히려 여자분들은 더 마시고 싶은 분위기였지만... 화로 제자리에 정비하고 치우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애들도 씻기고 재우니 12시다. 모기도 없고 쾌적하고 천정은 높고 휴양림 잠자리는 참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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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5일 일요일
다음 날 아침, 우리 방 옆 분비나무 수현이네
낙엽송과 분비나무를 옆에 언덕길이 있고 맞은편 숲속 동이 있다.
계곡 물이 흐르고 윗쪽 멀리 우리가 놀았던 정자. 운동량 제로인 나는 겨우 몇 번 만에 저기 오르락 내리락 했다고 자고 일어나니 뒷다리 무척 땡겼다. 물론 선아도..
정자와 그 오른쪽 통나무집은 혜정씨네 세 가족이 묵은 주목나무. 2층까지 있는데 비수기 성수기 가격 같고 9만 8천원이라고 한다.
정자와 주목나무 옆으로는 이런 등산길이 있다.
정자에서 내려다 본 모습
정자 옆에 물가
짐 정리 다 한 후 휴양관에도 다락방이 있다고 해서 잠깐 구경했다. 다락층엔 하늘의 별을 볼 수 있도록 작은 창이 비스듬히 나 있더라. 휴양관 2층에서 숲속 데크 쪽 내려다 봄
단체 사진. 인서네는 아침 일찍 떠나고 아직 수현이네는 안 내려 왔다.
나무로 새 모양을 깎아 놓은 것이 이쁘다.
휴양림 입구. 목공예 체험 교실이 있는 건물이다.
봉평 메밀밭이 연달아 나온다. 메밀꽃 축제 기간인데 읍내 들어가는 큰 길을 막았다.
읍내에 있는 현대막국수. 길 맞은 편엔 수년전에 우리가 갔던 미가연이 있었다.
메밀부침 5천원
비빔막국수 6천원
물 막국수 6천원. 양념이 있어서 시원하다. 선아랑 나 같이~~
2시 경 소나기가 우르르르 내렸다. 귀경길에 대한 걱정을 좀 막막하게 했으나 20분 정도 내리더니 다시 개고...
서울로 출발하는 강원도 국도 변을 달리면서 이후 대단히 멋진 풍경 속에 드라이브하게 된다.
비가 세차게 내리고 난 후 쨍하게 맑으면서 햇빛에 비친 광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런 모습 거의 본 적 없는 듯 하다.
문막까지 오다가 국도로 갈아 타라는 혜정씨 권고를 무시하고 창용씨가 춘천 탄다고 해서 우리도 탔다가 많이 막혔다. 결국 서종까지 막힌 셈인데 어제 내려 갈 땐 물론 아침 일찍 서둘렀지만 서울 오는 영동의 악명은 역시나 대단했다. 다른 사람들도 문막에서 국도 탔지만 총 5시간 정도 걸렸다고 한다.
오후 4시경일 거다. 아직 강원도였는데 빗 소리가 꽈르르릉 거려서 눈떠보니 정말 무슨 난리날 거 처럼 비가 내린다.
이 와중에 사고도 난다면.. 으으~ 아이들도 마침 잠이 깼는데 한참 답답하게 막혀 있고 바깥은 이 난리였는데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한다. 이후 얼마 안 있다가 터널 안으로 들어 왔지만 내내 바깥에 있었다면 물난리 났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