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일). 강원도 춘천 오봉산 산행. (근석형님 사진에서 퍼 옴)
얼핏 블로그에서 검색해 본 암벽 (?) 코스가 두려웠어도 몇 군데 없겠거니~ 하며 무작정 따라 나선 산행.
보호자 (= 남편)도 없이, 내내 로프에 덜덜 떨며 매달렸던 기억밖에 없다. ㅠㅠ 그리고, 곳곳에 낭떠러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런 산인 줄 알았겠나.. 다녀 오니 위험했었다는 기억만 남을 뿐, 그 동안의 널럴했던 산행은 모두 트레킹 수준인 것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긴 정말 너무해. 곳곳에 진혼비석이 세워져 있고 로프만 얼핏 보일 뿐 바위 경사 아래는 보이지도 않았고...
토요일 화천 숙박지 근처에서 저녁 먹는 사진부터~~ (청학산악회 다음 카페 출처)
화천군청 옆의 새로 지은 숙박지에서 잠을 자고 길 맞은 편 막국수 집에서 저녁 식사와 그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밥 지어 먹지 않아서 간편하다. 돼지고기 수육과 막걸리~
스타벅스 파라솔 비스무리한 테라스에 앉아~
숙소 마련해 주신 분은 이장님과 친해서 손수 가져 오신 흔치 않은 송이버섯을 맛볼 수 있었다.
흙이 잘근 씹혀도 그 향긋한 식감에 대한 기억이 솔솔하다.
다음 날 아침. 산행 준비~ 잠자리도 편안했다.
다리 접질른 남편과 작년 지리산길 걸은 이후로 무릎 아픈 형철 아빠 제외하고 산행 하기로~
오붓한 산행이 될 거 같다. 그러나... 다가 올 험한 운명 (?)을 알지도 못한 채 웃고 있다.
배후령이 정상 근처라 여기에서 시작하는 등산객들로 북적이는 곳인데, 여긴 정상 직전~
배후령에서 정상까지 30분이면 된다는데 우린 근 한 시간 반이 걸린 거 같다.
초반에는 저런 철제 버팀목들이 없었다고 하는데 대체 경사진 바위 위를 어떻게들 올랐을까.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일행은 우리 뿐인 거 같다. 더 나이 든 분들도 성큼성큼 어찌나 잘 가고 오르시던지..
정상 팻말 앞 인증 샷~ 정상 부근은 공간이 협소하고 복작거린다.
남편도 없으니 무거운 막걸리 짐을 덜어 드릴 틈도 없다. 그런데, 산행을 마치고 난 후에 막걸리 안 먹길 잘 했다는 생각 뿐. 술 마셨으면 로프에 매달리지도 못했을 거고, 바위 아래를 어찌 내려갔을 성 싶다.
저 소나무 아래도 낭떠러지 ㅜㅜ 저런 사진 좀 안 찍었슴 좋으련만.. 엄마 마음은 새가슴이 된다.
정상에서 내려 가면서 구멍 바위 근처에서 어떤 등산객 실족사 할 뻔한 광경을 생생하게 목격한 다음, 이번 산행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청평사가 저 아래 지척으로 보이건만.. 여기 오봉산은 이른 바 '밧줄산'이다. 으으으~
내내 근석 형님한테 선아를 맡기고 나는 내 한 몸 추스리기도 힘들어서, 선아가 아래 쪽에서 쉽게 못 내려 가니 줄줄이 그 위에 매달린 등산객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참.. 민폐도 그런 민폐가 있을 수 있나.
왜 아이를 저렇게 어렵게 혼자 내려 보내는지 부모가 누구냐고 일침을 놓는 등산객의 목소리 앞에서 난 기가 죽을 수 밖에.. 신발은 왜 저런 걸 신겼냐는 둥..
오른쪽에 나온 선아의 다리를 보니 널부러져 있을 선아의 모습이 보인다.
동균이랑 형철이 둘만 먼저 내려 보낸 것도 모험이었다.
중간 사진.. 없다, 찍을 수도 없구..
청평사가 눈에 보인 순간의 느낌은 '이제 살았구나'란 생각 뿐. 지금까지 따라 나선 산행을 마치고 난 후엔 즐겁고 홀가분하고 성취감이 있었는데, 여긴 도무지 성취감 하나도 없다.
청평사 아래 쪽 폭포에서 잠시 휴식~
너랑 나랑은 이제 오지 말자.... 폐끼친다~ 다짐하는 모녀..
청평호수를 건너는 배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