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일요일) 경기도 포천 '비둘기낭'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00408016001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천명공주가 독화살을 맞아 주인공들이 피신했던 장소가 있다. 과연 저런 비경은 어디일까 그 때 당시 상당히 궁금했었는데 그 이후에 포천 쪽이라는 것을 얼핏 어디선가 봤다가 그 이후 기억에선 퇴색했었다. <추노>에서는 오지호가 이다해를 치료해 주었던 곳으로 씌였다고 한다 - 이 장면은 못 봤었다.
운악산 휴양림 여행 때 '포천맛집'을 검색했다가 뉴스 소식 중 포착되었었는데 포천 쪽의 여러 곳을 검색해 놓고 이 곳으로 가 보기로 결정!! 시골 구불길을 찾아 찾아 간 낭떠러지 아래 갑자기 수십만년 전의 비경이 눈에 들어 온 순간... 아~ 그 느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찾아 가기 쉽지 않은 곳이었는데 정말 가 보길 잘 한 것 같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문귀를 이런 곳에 써야 하나..
대체 드라마나 영화의 로드매니저들은 이런 곳들을 어찌 속속들이 찾아 내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이미 사람들 사이에 쉽게 알려 지기 때문에 촬영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더구나 사극 작품에 어울리는 곳이다 보니 카메라 장비들이며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경사지고 미끄러운 곳 아래로 이동하기가 어려울텐데 말이다.
하지만, 사진은 죄다 포커스가 나갔다. 안쪽 주상절리대 동굴이 너무 어둡다 보니 햇살이 났음에도 노출 대비가 컸던 탓에 갈수록 떨어지는 내공마저 도와주질 않는다. 플래시를 터뜨려 보았으나 역시.. 신비로운 모습을 보고 여러 컷 눌러 댔지만 어느 것을 채택해야 될지 모른다~가 아니고 죄다 흔들려서 올릴 사진이 없다. 그저 내 눈으로 보고 머리 한쪽 구석에 저장된 그 잔영으로 오래 오래 간직해야 겠다.
(일제시대 때 비둘기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에 '낭'은 낭떠러지의 준말이라고 한다. 이름에 얽힌 유래는 그닥 큰 뜻은 없다.. 비둘기낭 마을회관 주소를 기점으로 인터넷에 나온 대로 찾아갔다. 물론 버스 종점 같은 곳에 작은 구멍가게 옆 쪽으로 이런 곳이 있을 거라고 절대 보이지 않는 논둑길과 진흙탕길을 꾸불렁 꾸불렁 몇 백 미터 간 후 상수도보호구역 표지판 오른쪽 아래로 난 길을 찾아야 한다. 비가 많이 오면 금새 물이 불어나는 홍수 지역이라서 싸이렌이 울리면 즉시 대피하란 글귀가 인상적이다.)
상수도보호구역이라서 그런지 간이 철골 문을 만들어 놓았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길. 나무 너머로 시커먼 아래쪽에 비둘기낭이 있다. 이미 내려간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들이 위쪽에서 잘 들린다.
비둘기낭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한탄강 쪽으로 흐르는 계곡이 눈에 들어 오고
서서히 보이는 비경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 차가와 보이는 진초록 물빛... 주상절리대 암벽 위에서 떨어지는 작은 물줄기...
주위를 둘러싼 울창한 나무 숲들 사이로 한 눈에 들어 오는 비둘기낭
동굴 안 쪽은 깊지 않고 움푹 파여 있다. 셔터 스피드는 15 아래로 까지 내려 간다. 죄다 사진은 뿌옇게 나왔다.
용암이 흘러내려 깎여 만든 둥근 돔 형식의 주상절리대가 빽빽이 둘러싸여 있다.
내려 가는 길부터 내내 현무암 돌들이라 이끼도 끼고 미끄럽다. 아래 커다란 징검다리식 돌들처럼 보이는데 평평한 돌들이 없다 보니 카메라 빠질까봐 신경쓰였다. 그 돌들 왼쪽에 잔뜩 나뭇잎들이 쌓여져 보이지만 땅이 아니고 물 위다.
30만년 전 쯤, 북한땅 평강군 오리산 쪽에서 용암이 분출되고 덩달아 지각도 요동을 치면서 이 거대한 용암의 흐름은 한탄강과 임진강 일대를 휩쓸고 내려 와 그 중 한 지류가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쪽으로 흐르게 된다. 용암은 지표를 따라 높낮이를 달리 하고 때론 폭포수처럼 떨어지기도 해서 점차 식으며 굳기 시작했고 그 식은 용암이 깨지면서 육각형 결정이 생기게 된다. 영겁의 세월이 흘러 물길이 나고 다양한 식물도 생성이 되면서 현무암 협곡을 생성하고 그 숲은 자라서 사람들의 시선을 가렸다..
눈으로 직접 보는 물빛은 좀 더 비취 빛 청록색에 가깝다. 물 색깔을 살리려니 포토웍스로 조정해 보니까 밝은 부분은 더 눈부셔 보인다.
늦게 내려 오는 나를 찍어 준 남편
오른쪽으로는 협곡이 흘러간다
동굴 위에는 육각형 분필처럼 잘라진 주상절리들로 빼곡하다. 천장에서는 또 다른 물줄기가 계속 떨어진다. 심산유곡도 아닌 논둑길 가다 갑자기 아래 쪽에 이런 풍경이 숨어 있으니 무속인들이 다녀간 치성의 흔적을 비롯해 이젠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눈살이 좀 찌푸려진다. 드라마에서 인용한 부분들은 주로 죽음이나 고통 등 삶의 어두운 부분을 그리는 공간으로 쓰여졌다.
걔 중 포커스 조금 맞은 사진.
10 미터 남짓한 폭포를 사이에 두고 왼쪽은 주름잡힌 현무암이 병풍처럼 둘러쳐졌고 오른쪽은 천장이 무너져 작은 동굴이 되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떼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이런 곳은 나중에 나이 들어 찾아 오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저 위, 우리가 내려 왔던 길이다. 온통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대로 둘러져 있다.
위에서 나뭇잎들이 물 위로 떨어진다. 돌처럼 풍덩 수직 낙하하는 것이 아니라 빙글 빙글 돌면서 사뿐히 내려 앉는다. 그 모습에 확 반했다. 다행히 잠시 동영상으로 찍은 컷에 그 모습이 잡혔다.
사진들 아주 운치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