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에서 5시 배를 타고, 성산항을 떠나는데 날씨가 희한하게 맑아지기 시작했다.
일몰 시간임에도 마치 여명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한, 오묘한 분위기.. 섭지코지까지는 10여분 남짓 밖에 되지 않지만 거대한 공룡같은 성산일출봉의 비경을 뒤로 하고 섭지코지를 보기 위해 주차장에 내린 순간, 서쪽에서는 일몰의 장관이 막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사진은 많이 아쉽다. 눈에 담고 있고 마음으로 기억했던 일몰은 훨씬 더 멋있었으니...
섭지코지 근처의 리조트
주차장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언덕으로 올라가는 내내 타는 듯이 붉은 기운이 스며 들고
한순간 한순간 뒤돌아 보며 감상하는 일몰
해가 내려 갈수록 감탄사는 더 짙어진다
저기가 섭지코지. 올인하우스라는 건물은 무슨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 하우스 같은 모양으로 바뀌었고.
정말 보기 드문 환상적인 일몰을 배경으로 실루엣이 잡힌다. 멀리 한라산까지 모양새를 드러냈다.
먼 바다에 어선들의 불도 들어 오기 시작
선용 언니가 계속 멋진 일몰 사진을 찍고 계심
눈으로만 보기엔 아까운 환상적인 모습. 작은 사진으로 담아 가지만 그 기억과 감동은 비교가 안된다.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카페 민트가 있는 건물
해가 들어가니 금새 어두워져서 우리 가족은 등대까진 가지 않기로
제주도 풍광은 어쩌면 이렇게도 곳곳마다 틀린지.. 모든 곳이 다 해안 절경이다.
남편과 둘이 근 15년 전에 보았던 섭지코지는 저 외돌개처럼 솟은 돌기둥 뿐이었다. 이후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관광객들 시즌에는 가 본 적이 없고 오늘 우도에서의 고생을 한번에 날려 버릴 백만불짜리 일몰을 선물받게 되다니.. 마지막 버스, 마지막 배, 그리고 일몰이 시작되는 장관 앞까지, 마치 우리를 위해서 이 모든 여정을 시간에 맞춰 마련해 놓고 자연스럽게 이끌어 준 것 같다. 가슴 속까지 먹먹해 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