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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7/31/2009073101324.html
[태평로] 박태환을 위한 변명         홍석준·스포츠부장

       입력 : 2009.07.31 22:15 / 수정 : 2009.08.01 00:11


정치와 스포츠만큼 좋은 안줏거리가 없다. 하나는 미간을 찌푸려야 제 맛인 소주에, 하나는 가슴 시원한 맥주에 어울린다. 좀 거창하게 정치에서 절망을, 스포츠에서 희망을 말하는 이도 있다. 멱살잡이가 지루해지면 공중부양을 하는 정치 스타가 주는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주는 것이 스포츠 스타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태환이 어떤 백인보다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을 때, 피겨퀸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에 서양인들이 기립박수를 할 때, 우리는 무슨 광고처럼 '와우(wow)' 대신 '올레(olleh)'를 외쳤다.

로마에서도 박태환이 또 한 번 신바람을 전해줄 것으로 우리는 그냥 믿었다. 그에게는 싸우면 이기는 '영웅' 꼬리표가 붙었으니까. 그런 박태환이 자유형 400m·200m 결선에도 못 올랐다고 하자, 동그란 눈으로 수퍼맨을 바라보던 우리들의 눈빛이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박태환의 지난 28일 기자회견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어쩌면 "더 열심히 하겠다"는 스포츠식 해명을 기다렸던 우리에게 전해진 것은 정치판을 연상시키는 폭로, 파벌 같은 얘기였다.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가 뭔가 말할 기회를 만들려고 했다", "파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전담팀 코치도 없어 오락가락했다"…. 파벌싸움이나 하고 전담코치 하나 못 구해준 수영계의 못난 어른들을 향해 박태환은 '폭탄 발언'을 했다.

문제는 속상한 20세 청년의 하소연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이 발언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 영웅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좋은 안줏거리를 찾은 양 앞다퉈 인터넷을 누비고 있다. 한국축구가 헛발질할 때 "축구장에 물 채워라"고 했던 이들이, 이제는 "수영장에 잔디 심어라"며 박태환을 흔들고 있다.

호주의 한 칼럼니스트가 쓴 '인생의 작은 법칙들'이란 책을 보면, 호주에서 유행한다는 '담쟁이덩굴 증후군'과 '키 큰 양귀비 증후군'이란 말이 나온다. 전자는 잘나가는 사람(양귀비)이 누군가의 공격을 받으면 수호자들이 담쟁이덩굴처럼 그를 보호하는 현상을, 후자는 잘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든 그를 깎아내리려는 현상을 일컫는다고 한다.

요즘 사이버 세상에선 로마의 박태환을 둘러싸고 '키 큰 양귀비 증후군'이 '담쟁이덩굴 증후군'을 몰아세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에서 영웅 칭호까지 붙여줬던 무적의 검투사가 단 한 차례 바닥에 쓰러지자, 관중이 인정사정없이 엄지손가락을 바닥으로 가리키는 장면이 묘하게 연상된다. 여기서 일본 얘기를 꺼내서 안 됐지만, 기자가 일본연수 중 재일교포로부터 들은 비유 한 토막이다. "일본인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고 가다 정치인이든 스포츠 스타든 영웅의 집 앞을 지나게 되면 마치 성실한 관광안내원처럼 그의 장점을 늘어놓으며 아들을 교육한다. 반면 한국인 아버지는 '이놈 여기 사네'라며 비아냥댄다"는 그렇고 그런 얘기이다.

적어도 우리의 수영 영웅에게는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박태환이 회견에서 한 말은 대부분 사실인 측면이 있다. 수영계가 회장파·재야파·원로파로 찢겨 싸워왔고, 박태환이 국내에선 전담코치를 못 구해 전전했고, 전담팀을 운영하는 SK텔레콤도 거액을 지원했으나 수영에 관한 전문성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황색 피부의 한국인이 그것도 수영에서 세계최고가 되리라고는 박태환 이전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좋든 싫든 한국 수영의 역사는 박태환 이전사와 이후사로 나뉘게 될 것이다.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에서 한 일만으로도 우리가 그를 아껴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박태환 선수도 '파벌' 같은 얘기 대신 "더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자칫 "못 해먹겠다"는 무책임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스포츠는 정치와 다르다. 져도 남 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박태환 선수 덕에 가슴 찡한 감동을 빚진 팬의 충고쯤으로 들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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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테 박태환 만한 선수가 또 언제 나온다고..  어린 선수들 (연예인들까지)이 모든 거 물리치고 한 길만 파기 쉬운지..
화보 찍을 수도 있고 얼마나 맘 고생 심했으면 그런 말 했을까....  제발 마녀사냥 만 좀 안 했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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