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도병의 일기 (포화속으로)

by 최유진 posted Jul 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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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13861950년 8월 10일 목요일 날씨 쾌청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십여명은 될것 입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물을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 버렸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고있는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 이라고 생각하니 ,,,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나눈 동족 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 않을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듯
적이 덤벼들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 많습니다,
우리는 겨우 71명 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냄새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가지를 생각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주시던 백옥같은 내복과 내가 빨아입은 내복을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 입으며 왜 수의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 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것 같지는 않습니다,
죽음이 무서운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 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 가겠습니다,

어머니 !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돌아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살아서 다시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살아서 갈 테니까요...


-이우근 학도병-서울 동성중 3학년 재학 중 학도병으로 참전한 그는 다부동에서 한창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1950년 8월 11일 포항여자중학교 앞 벌판에서 숨을 거뒀다. 이날 전투에서 제3사단 학도의용군 71명 중 그를 포함해 48명이 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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