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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1&no=152889

◆ 여성작가가 쓰는 여자이야기 ◆


3월,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방학 동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힘들었던 엄마들이 한숨을 돌리는 때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둔 엄마라면 사정이 다르다. 적어도 일주일은 아이 손을 잡고 등하교를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 정도는 적응 기간이라 수업도 일찍 끝난다.

하지만 3월이 지나도 초등 신입생 엄마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수업을 다 끝내고 점심까지 먹고 와도 오후 1시 무렵. 이후 시간은 학원에서 보낸다 해도 중간에 집에 들르는 아이를 챙겨줘야 한다. 알림장도 챙기고 간식도 챙기고 학원 가는 길도 챙기고….

학교 준비물이나 숙제, 학부모 행사, 학원 보내기 등은 엄마가 전업주부일 때에만 제대로 챙길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더불어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어린이집 종일반에 늦게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그렇게 전업주부가 된 여성들, 그리고 애초부터 전업주부였던 여성들은 아이 챙기는 일이 곧 직장 일이다. 방과후 교실 청소, 급식 당번, 녹색어머니회, 현장학습 도우미, 학부모 임원, 학교 지킴이….

"너는 부모님이 맞벌이인데 여길 어떻게 들어왔니?”

초등학생인 아이가 과학영재학급에 들어갔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는 친구도 있다. 칭찬의 의미였을 거라고 아이에게 이야기하면서도 그 친구는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점심시간에 잠시 만난 그녀는 그 말을 하면서도 급히 밥을 먹었고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갔다. 아이를 키우는 직장 여성들 모습은 늘 그러했다.

반면 전업주부 친구들과의 모임은 늘 여유롭다. 초등 저학년 아이를 둔 친구들은 중간에 아이를 챙겨주고 오느라 종종걸음치거나 아예 아이를 데려오기도 하지만 어쨌든 오랜 시간 한자리에 모여 앉아서 점심을 먹고 오후의 티타임까지 즐길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 오가는 이야기 내용은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다. 아이들 학원과 진학에 관련된 정보가 치열하게 오가고 요리부터 인테리어까지 집안 일에 대한 이야기 또한 프로답게 오간다. 얘기를 듣다 보면 나도 그렇게 아이들을 꼼꼼하게 챙겨주고 완벽하게 집안일을 해내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원고 청탁을 거절하거나 밤새워 글을 써야만 하는 게 나의 현실이다.

전업주부와 취업주부의 생활을 박쥐처럼 오갈 수 있는 프리랜서인 까닭에 전업주부들 모임에도 종종 참석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그들 속에 완전히 섞일 수 없는 나의 처지를 확인하곤 한다. 직장에 매여 있지 않아서 새처럼 자유로워 보이지만 혹은 집을 떠나 새처럼 날아다니며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새가 아니라 박쥐라는 것을. 젖을 먹여 새끼를 기르는 포유류라는 것을.

어쨌든 주부로서 프로가 될 능력도 적성도 없는 나로서는 그저 내 아이가 박쥐의 삶을 잘 이해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아이도 이 박쥐 엄마처럼 거꾸로 매달려서 악착스레 젖을 먹어주길 바랄 뿐이다. 아이가 자라서 완전히 독립할 때까지. 혹은 우리가 진화해서 진짜 새가 될 수 있을 때까지….

[고은주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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