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이 초록색인 이유

by 최유진 posted Jan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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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 중에서 일부 원숭이 무리를 제외하면 인간만이 색을 온전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경우 낮에는 원추체, 밤에는 간상체라는 시신경이 색깔을 관장하는데 이 때문에 낮에는 노랑과 빨강 계통의 색이 잘 보이고, 밤에는 파랑과 초록이 더 잘 보인다.

  

●소주병이 초록색인 이유

의사는 수술할 때 빨간 피를 오래 보게 된다. 초록은 빨강의 보색(補色)으로서 의사의 피로해진 눈을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초록 수술복은 또 피가 묻어도 갈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주는 혐오감을 줄일 수 있다. 초록은 또 특정한 색을 오랫동안 바라보았을 때 나타나는 잔상을 없애주는 역할도 하므로 수술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초록색은 사람이 보는 빛의 파장의 중심(500나노미터)에 있어 우리 눈의 망막에 가장 정확하게 잡힌다. 초록은 기업 마케팅에 가장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소주병이 초록색인 이유는 소주가 건강에 나쁠 것이란 선입견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파란색 자동차는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데

파란색은 망막의 가장 깊숙한 곳에 상이 맺힌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물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파란색 자동차는 통계적으로 다른 색 차에 비해 충돌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반면 파랑은 이상과 창의를 상징하는 젊음의 색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의 정열을 잘 ‘관리’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신입사원 면접자리에 어울린다.

  


●화투가 빨간색인 까닭

화투는 노랑과 파랑, 검정 등 원색을 쓰는데, 이 중에도 기본색은 빨강이다. 화투는 끊임없는 긴장과 집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고 주위를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는 빨강을 쓴다. 한편 화투판의 군용 담요나 카지노의 초록판은 모두 눈에 편한 색이기도 하지만, 빨강과 보색을 이뤄 게임도구를 눈에 띄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갓 결혼한 신부가 빨강치마에 초록저고리를 입는 이유도 보색대비를 통해 인물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조선일보 2004년 9월 23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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