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의 별 (김혜린, 전 11권)

http://kimhyerin.com/works/north_frame.htm김혜린의 데뷔작이자 첫 장편.
1982년에 구상하여 83년에 첫 권을 발행했고, 첫 출판사에선 16권으로 87년에 완간했다.
내가 본 건 세주문화사에서 11권으로 만들어 진 것.

벌써, 김혜린의 만화 작품을 네번째 읽었다.  <북해의 별>, <비천무>, <테르미도르>, <불의 검>.
<불의 검>도 12년을 연재했으나 가장 마지막에 낸 장편 작품을 먼저 읽은 셈이니, <북해의 별>을 보면 82년 내가 중학교 시절에 이런 만화를 그려 내기 시작하여 한창 대학교 6월 항쟁이 뜨거운 시절까지, 내가 보낸 학창 시절에 이런 대작을 그것도 데뷔작으로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대단한 거 같다.

따라서 초반부의 그림은 나중에 많이 설익은 솜씨보다는 서툴고 구성도 무지 많은 인물에다가 (거기다 가상국가라 더 헷갈린다.) 정치 음모 등의 내용으로 인해 좀 산만한 플롯의 느낌을 가지게 된다.  시대 배경이 18세기 중반 정도, 유럽의 가상국가 (그러나, 프랑스, 독일,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를 두루 섞은 시대적 배경과 이름 등)에서 왕위 계승 서열 4위씩이나 되는 후작이자 군인이 중상모략으로 인해 몰락하여 종신형을 선도 받고 그 카리스마로 인해 감옥에서 일생의 동지들을 만나 탈출한 후엔 잠시 해적이 되기도 했다가 나중에는 민중혁명가로 살아가는 국민 영웅의 파란만장한 이야기이다.  전반부는 귀족, 군인 신분의 주인공 유리핀 멤피스 후작, 투옥 생활을 거쳐 후반부는 왕정체제를 전복시키고 민중이 주인이 되는 공화정체제로의 혁명을 주도하는 구도가 된다.  부패한 왕정체제를 전복하고 혁명을 단행하는 부분들은 당연히 프랑스 혁명을 본딴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인해 한때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운동권 학생들이 좋아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흐름상 6, 7권 정도가 지나야 재밌어 진다.  그림도 후반부에 가면 확~ 솜씨가 좋아짐.  공주를 사랑하였으나 맺어지지 못하다가 결국 공주는 망해가는 왕정체제의 끄트머리채를 과감히 잘라 버리고 시민혁명가의 아내로서의 평범한 삶을 택하지만...

작가의 저 위 작품들만 보더라도 서사적이고, 방대하고, 전쟁 이야기 속에 어우러진 사랑 등...  상당히 스케일이 큰 작품들임에 점수를 높이 주고 싶다.  김혜린의 작품이 맘에 들어 <북해의 별>도 초기 그림 솜씨나 구성력을 인내하고서라도 꼭 보고 싶었던 만화니까..

<테르미도르>와 마찬가지로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혁명투사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그들만의 이상을 찾는답시고 정작 자기 자신의 가장 소중한 부분들을 잃어 버리는 바보들이다.  거의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거나 하기 때문에...  글쎄...  알량한 감상주의에 빠지자면, 계급사회에 대항하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수많은 피를 흘린 이런 선량한 선인들을 밟고 오늘날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거다.

김혜린의 작품들은 일본 만화들이 무수히 판을 치고 어린애들의 사랑과 폭력이 난무하는 내용들과 비교해 볼 때 해외로 많이 수출, 번역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 작품에 한가지 개인적 아쉬움이 있다면 "바다'라는 것이 해양국가의 최고사령관을 지낼 만큼 유리핀 멤피스의 의지를 굳건히 하는 커다란 모티브인데 민중혁명가의 삶을 살아 가면서 바다하고는 멀어지게 된다.  한마디로 이 매개체와 주인공의 관계를 좀 더 길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내용이 안되었을까~ 하는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