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쵸콜릿 물 50잔을 마신 이유 (조선일보 주말매거진)

by 최유진 posted Feb 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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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 데이’(14일)가 오면 연례행사처럼 많은 이들이 초콜릿을 주고 받는다. 그것이 제과업체의 마케팅 전략에서 나왔건, 아니건 간에 초콜릿은 어느덧 사랑의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사랑을 고백하면서 호박엿이나 인절미를 건네기는 좀 이상하잖아!

초콜릿이 사랑의 상징이 된 데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황홀함을 느끼는 건 뇌에서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인데 초콜릿에는 이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오르가슴을 느낄 때 페닐에틸아민 농도는 최고치. 그래서인지 초콜릿을 정기적으로 먹는 여성의 성적 욕구나 만족도가 초콜릿을 먹지 않은 여성에 비해 높게 나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 MRI 촬영 결과 하나. 젊은 남녀가 사랑하는 사진을 보여준 뒤 뇌에서 반응이 일어나는 부위와 초콜릿을 먹을 때의 반응하는 부위는 유사하다. 이런 이유로 ‘사랑의 맛은 초콜릿’이 됐다. 호색가였던 카사노바도 초콜릿은 사랑을 유발시키는 ‘미약’(媚藥)이라고 했다고 하니 초콜릿은 분명 ‘향정신성 식품’이 틀림없다. 초콜릿의 원산지인 멕시코 아즈텍 왕국의 황제 몬테주마가 여성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초콜릿 물을 50잔씩 마셨다 해서 초콜릿은 종종 최음제로도 묘사된다. 초콜릿에 환각 상태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아나다마이드란 물질이 포함돼 있는 건 맞다. 다만 슬픈 건, 7㎏의 초콜릿을 먹어야 대마초 한 대의 효과를 낸다는 사실. 환각 상태가 되기 전에 고(高)혈당 쇼크로 쓰러질지도 모른다.


초콜릿은 차라리 심장에 더 좋다. 적포도주 1잔 보다 초콜릿 1조각을 매일 먹는 게 심장병 예방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블랙 초콜릿에는 적포도주처럼 항(抗)산화물질인 플라보노이드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초콜릿이 충치의 주범이란 건, 편견. 식품의 당도와 치아에 음식이 달라붙는 점착도 등을 종합해 평가한 ‘충치 유발지수’를 보면 초콜릿은 15에 불과하지만, 인절미가 19, 비스켓은 무려 27 이다. 초콜릿이 단 맛은 있지만 치아에 달라붙는 정도가 약한 탓이다.


몇 년 전 나왔던 영화 ‘21그램’은 우리 영혼의 무게가 21그램(g)이라고 해서 나온 제목이다. 죽으면 몸무게가 즉시 21g감소한다고 하여 나온 말인데, 그 무게가 바로 일반적인 초콜릿 제품 한 개의 무게다. 하루에 그 정도 먹으면 영혼은 사랑으로 채워지고 그 이상 먹으면 높은 칼로리로 육체가 풍성해진다는 의미도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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