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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15/2011061500710.html[홍준호 칼럼] 대학 등록금보다 더 미칠 지경인 것

홍준호 논설위원 jhhong@chosun.com     |  
기사100자평(0)입력 : 2011.06.14 22:41


대졸 인력은 차고 넘쳐 변변한 직업도 갖기 힘든데 실업高와 전문대는 외면당해…
정부가 돈 집어넣어야 할 곳은 부실 대학이 아니라 이런 직업교육 현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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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대학 등록금을 요구하는 시위를 지켜보면서 두 전직 대통령이 떠올랐다. 김대중 정부 때 김 전 대통령의 모교인 목포상고는 전남제일고로 바뀌었다. 노무현 정부 땐 노 전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상고가 개성고로 바뀌었다. 역대 대통령과 교육 당국자들은 빠짐없이 실업계 고교를 살리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다. 그러나 대학진학률이 가파른 상승 그래프를 그리는 동안,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직 낙하하는 실업계 고교의 위상을 상고 출신 두 대통령도 떠받칠 수 없었다. 실업계고 동문들은 앞다투어 모교를 인문계로 바꿔달라고 아우성쳤고, 결국 두 전 대통령의 모교는 두 전 대통령이 가장 힘이 있을 때 실업계고의 세계로부터 벗어(?)났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전 국민이 대학 졸업장을 향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을 나와야 이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고 설움받지 않으면서 살 수 있다고 여겼다. 역대 정부는 국민들의 그런 욕구를 채워주겠다는 명분으로 사학을 마구 허용하고, 사학은 미친 듯이 등록금을 올리다가 이번 시위 사태를 맞았다.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허리가 휘더라도 졸업 이후가 보장되면 참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이 워낙 우후죽순 생겨나다 보니 4년 내내 비싼 등록금을 내고 졸업해도 변변한 직장을 잡을 수 없는 대학들이 수두룩해졌다.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 대학을 갔는데 대학을 나와도 낙오의 불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미친 등록금보다 더 미칠 지경인 게 바로 이 졸업 후의 불안이다.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청춘이다'란 책을 읽었다. 이름없는 대학을 나와 박봉의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20대들의 절망적인 삶을 그린 책이다. 지방대를 나온 저자는 "희한하게도 내 주변 20대 친구들 중 안정적으로 월 200만원 넘는 '괜찮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한 달 120만원이 채 안 되는 차상위계층도 꽤나 많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중학교 때 컴퓨터 오락에 빠져 성적이 떨어졌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내가 대학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상고를 나와 빨리 돈 벌고 싶다는 내 생각은 발설도 하지 못했다. 나는 처음 들어본 지방대학에 원서를 제출하고 하루 중 6분의 1 정도를 등하교 시간에 바치게 되었다. 이렇게 내 20대가 결정되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엔 20대에 이미 자신을 낙오자로 여기고 패자 부활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며 사회에 대한 원망을 쌓아가는 대학 졸업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대학을 나오고도 절망하는 20대를 양산하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이들은 왜 직업과 연결되지 못하는 대학교육에 그토록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하는가. 이 저자가 실업계고를 가겠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 이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치인들은 지금 국민 세금을 대학 등록금을 절반 줄이는 데 쓰자고 한다. 학생들과 부모들이 겪고 있는 당장의 고통을 완화해주는 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변변한 직업과 연결되지 못하는 과잉 대학교육의 문제가 사라지는가. 아니다. 오히려 부실 대학의 수명만 연장시켜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좌파들은 이참에 아예 대학 무상교육으로 가자고 한다. 등록금이 비싸다고 아우성치면서도 대학으로 몰려드는 판인데 무상으로 해놓으면 그나마 산업 현장으로 가려던 학생들까지 발길을 돌리게 되고, 실업계고나 전문직업교육을 시키는 2년제 대학들은 줄줄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그러면서도 실업계고에 가서는 실업계고를 육성하겠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든다.

정치인들은 이런 위선을 걷어내고 정직해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대졸 인력이 부족하면 대학생을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반값 등록금이든 무상교육이든 재정을 집어넣어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대졸자가 부족한가. 거꾸로 차고 넘쳐서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마이스터고가 생겨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실업계 학교는 여전히 우수한 학생들이 외면한다. 2년제 직업교육대학들도 그렇다. 직업교육 학교를 나오면 안정된 직장에서 엉터리 대학 졸업자들보다 더 많은 봉급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좋은 학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이를 위한 산학(産學) 연계 프로그램을 촘촘히 짜야 한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돈을 집어넣어야 할 곳은 부실 대학이 아니라 바로 이런 직업교육의 현장이다. 실업계고를 인문계로 전환해달라는 아우성 대신, 인문계 중에서도 직업학교로 바꿔달라는 호소가 나올 정도로 투자해야 한다.

출산율 저하로 6년 뒤엔 대학 정원이 고졸자보다 많아진다. 전(全)국민 대졸시대는 국가에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한다는 통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대학을 나와도 옛날 상고·공고 나온 것보다 못한 현실을 겪고 또 겪다 보면 그 통념이란 것도 결국 무너지게 된다.

(조선일보 2011. 6. 15 오피니언 A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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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14/2011061402810.html
[사설] 국민에 손 벌리려면 대학 헤픈 씀씀이 먼저 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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