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누른 사탕 (조선일보)

by 최유진 posted Mar 1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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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hosun.com/national/news/200603/200603140477.html초콜릿 누른 사탕
화이트데이 매출 밸런타인데이 눌러… 남성들 ‘큰손 쇼핑’탓


화이트데이가 밸런타인데이를 눌렀다. 제과점에서는 ‘사탕’이 ‘초콜릿’보다 최고 2배나 많이 팔린다. 밸런타인데이에 10만원짜리 지갑을 받으면 화이트데이에는 30만원짜리 핸드백을 사주는 것은 암묵적인 ‘공식’이 됐다. 더군다나 무뚝뚝한 한국 남자들,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대~충’ 포장만 보고 선물을 고르다 보니 비싼 물건을 사는 경우도 많다. 적어도 한국의 비즈니스 세계에선 여성고객을 타깃으로 한 밸런타인데이가 남성고객을 노린 화이트데이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14일 오후 1시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최명훈(가명·28·학원강사)씨는 오전 9시 충남 천안에서부터 여자친구의 선물을 사기 위해 올라왔다. 여자친구가 만족할 만한 브랜드의 귀걸이를 사기 위해서다. 최씨는 40만~50만원대의 귀걸이를 예상하고 왔다.


“저번 2월 14일에 여자친구가 청바지와 티셔츠를 사줬는데 3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 이상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는 낫다. 사귄 지 얼마 안 돼서 맞은 밸런타인데이. 여자친구는 40만원짜리 점퍼를 사줬다. “솔직히 그때 놀랐죠.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화이트데이에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큰 마음 먹고 100만원이 넘는 명품 가방을 사줬어요. 여자친구가 저에게 준 것보다 싼 건 못해주잖아요. 화이트데이를 1월 14일로 옮겼으면 좋겠어요. 하하”


진금탁 갤러리아백화점 과장은 “정확히 따질 수는 없지만 5년 전만 해도 밸런타인데이의 매출이 화이트데이보다 높았지만 지금은 반대가 됐다”고 말했다. 신촌 현대백화점에 있는 남녀공용 의류잡화 브랜드인 파코라반의 경우 화이트데이 매출이 밸런타인데이보다 2배나 높다.



여성고객은 초콜릿 알뜰구매 남성은 겉포장만 예쁘면 OK

여자친구에 10만원지갑 받으면 30만원 핸드백 사주는게 ‘공식’


▲ ‘화이트데이’인 14일, 사탕바구니가 수북하게 진열된 서울 신촌의 노점상 앞을 연인 한쌍이 지나가고 있다. /채승우기자  

‘되로 받고 말로 주는’ 밸런타인·화이트데이 선물 방정식을 유통업계와 제과업계가 놓칠 리가 없다. ‘체면’ 따지는 한국 남자들, 여자친구를 위해 한 번 열었던 지갑을 다시 닫는 법이 거의 없다.


밸런타인데이 상품은 상자를 열어놓고 물건을 파는 경우가 많다. 꼼꼼한 여자들은 케이크나 초콜릿의 내용물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이트데이 상품은 포장을 예쁘게 해 겉모습을 그럴 듯하게 꾸며놓은 것이 잘 팔린다.


이날 오후 3시 신촌 연세대 앞 크라운베이커리. 정은경(여·33)씨가 부지런히 사탕을 가게 앞의 진열대로 날랐다. 이날 이 가게에서 준비한 사탕만 약 5000만원어치.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는 3000만원어치의 초콜릿을 준비했었다. 정씨는 “매출을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화이트데이 매출이 밸런타인데이의 2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화이트데이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디앤샵(d&shop)이 화이트데이 전 일주일을 분석해 본 결과 MP3,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등의 디지털 가전제품이 인기상품에 올랐다. 특히 MP3의 경우 20만~30만원대 고가 제품의 매출이 150%나 늘어났다. 오승택 디앤샵 마케팅 팀장은 “밸런타인데이 기간의 인기상품은 주로 초콜릿 세트나 남성용 화장품이었지만 화이트데이 때는 단가가 훨씬 높은 MP3나 디지털 카메라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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