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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00208191620§ion=03
1년 학비 1200만 원, 하나고를 아시나요?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허울뿐인 '평준화 보완론', 가면을 벗어라!

기사입력 2010-02-09 오전 8:37:06


     서울 은평구 뉴타운 끝자락에,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자사고)인 하나고등학교가 공사를 마쳐 개교를 앞두고 있습니다. 1년 등록금이 1200만 원으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예상은 했었지만, 꽤 비쌉니다. 기숙사비까지 포함되었다고는 하나, 급식비 등 수익자 부담 경비를 더하면 학비는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대학 등록금만 1000만 원이 되어버린 것이 학부모들의 근심인데, 이젠 고등학교 학비까지 '1000만 원 시대'가 된 것입니다.

자사고는 국가로부터 재정 결함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등록금을 일반 학교의 3배 이상 받습니다. 그 대신 학생 선발의 자율권이 있고, 교육 과정이나 학교 운영의 자율을 갖습니다. 부족한 금액은 재단이 채워야 합니다. 서울시내 대부분의 고등학교의 경우, 한 학년이 500명 남짓이라고 할 때 한해 예산은 100억 원 정도입니다. 자사고의 경우 20퍼센트를 재단 전입금으로 채워야하니, 20억 원 정도는 하나금융그룹에서 조달을 할 것입니다.

예전에는 특목고를 가기 위해 중학교부터 경주를 시작했다면, 이젠 초등학교부터 입시 경쟁을 시작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식의 행복을 위한다며 많은 학부모들이 그렇게 '입시 전쟁터'로 나갑니다. 하나고는 이번에 신입생 200명을 선발했는데, 입학 경쟁률이 7.4대1로 꽤 높았습니다.


논란 끝에 자사고 입시에서 지필 고사를 금지됐지만, 최종적으로 전교 1~2등 급의 학생만 하나고에 입학했다는군요. 은평구에 공립고교가 전무한 상황에서, 하나고는 앞으로 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을 끌게 될 것입니다. 학부모 인터뷰를 하고 온 기자들의 말을 빌면,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 시설이 좋아서 선호한다"고 말했다더군요.

하나고는 민족사관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상산고 등에 이어 전국에서 일곱 번째로 세워진 자사고입니다. 설립 논란이 있을 당시 '귀족고'라 해서 반대도 참 많았지요. 전국의 2000개 고등학교, 900개 사립 고등학교 중 7개 학교가 자사고입니다. 그 희소성으로 충분히 관심을 받을 만하지만, 이 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진심은 이미 입시에 대한 집착에 있을 겁니다. 더구나 1년 학비가 1000만 원이 넘고, 아버지가 하나은행 임·직원이면 입학 혜택이 있다니, 한편으로 '귀족 학교'란 말이 아주 뚱딴지같은 말은 아닌 듯합니다.

하나금융그룹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중견 간부의 경우 자녀 교육 때문에 지방 전근이나 해외 근무도 꺼리게 되고, 아무래도 사원들의 직장 일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테니, 좋은 학교 시설에 교육 과정도 내실 있게 만들어 기숙사도 세우면 하나금융그룹 임직원으로선 다행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살인적인 사교육비나 학교 걱정에서는 일단 해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삼성그룹도 학교를 세워야 할까요? 아니면 롯데도 고등학교를 세워야 하나요? SK그룹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많은 이들이 '교육 불평등'을 말합니다. 요즘이 무슨 봉건 시대도 아니고, 부모의 지위를 이용해 자녀가 혜택을 받는다면 교육 불평등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말로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20퍼센트 선발한다고 하나, 소외 계층 학생들이 입학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입학 이후 급우들과 경제적 격차도 맞추기 어렵습니다.

2001년, 자사고 6개교에 설립 인가를 내준 정부는 2003년에 이르러 자사고 폐지와 확대를 고민하게 됩니다. 지난 2003년 당시 저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자사고 설립 심사 협의회'의 위원이었습니다. 2001년 설립된 자사고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자사고를 더 증설할지, 폐지할지를 심사하는 위원회였습니다.

위원들의 논란이 분분했지만, 결국 자사고가 '입시 목적고'가 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한 사이클을 더 운영해보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고는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한 공정택 전 교육감이 허가를 내준 학교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이 기부한 선거 자금과 공정택 교육감의 연계로 인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결국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교육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공교육 발전에 득이 되지 않는 학교를 막아보려 노력했으나, 힘이 부족해 막아내지 못한 점,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면 흔히들 70퍼센트 이상 고교 평준화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학부모들이 또 고교 평준화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교 평준화와 '보완론'을 잘 조화시키면, '상향 평준화'도 이루고 '수월성 교육'도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는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이율배반적인 논리입니다. 고교 평준화 대신 '보완론'을 펴면 학교가 다양화되는 것처럼 보이나,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철저하게 서열화 되기 십상입니다. 일제 고사나 수능 성적 같은 기준이 전국 학교에서 동시에 실시되면, 그 한 가지 기준으로 학교의 서열이 정해집니다. 전국의 2000여 개 고등학교를 한 줄로 세울 수 있다는 얘깁니다.

특수목적고등학교인 외국어고의 존폐 논란에서 보듯이, 외고가 무슨 대단한 학교라서 '입시 목적고'가 된 것은 아닙니다. 학생과 학부모, 우리 사회 모두가 "일류 대학 입학만이 교육의 모든 것"이라고 몰아갔기 때문입니다. 한국 학교가 다양성이 없어서 지금의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닙니다. 명문대 입시를 향한 무한 경쟁, 철저한 학벌 사회가 한국을 '입시 지옥'에 빠지게 한 것입니다.

공교육의 존재 이유는 국가가 국민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이를 게을리 해 학부모의 불만을 만들어 낸 후, 결국 그 사각지대를 기업에 메우라고 하는 것은 변명도 될 수 없을 뿐더러 국가 체면도 서지 않는 일입니다.

국가가 나서 기업에게 학교를 세우는 명분을 주는 것은, 우리의 공교육 체계가 심각한 질환을 안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던데, 교육 문제는 이렇게 '중증'이어도 되는 걸까요? '평준화 속의 서열화'과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하향 평준화'라는 허상이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습니다.

아직도 고등학교 평준화 보완론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고교 평준화를 하고 있다고 말은 하면서도, 같은 강남 바닥에서도 서울대·연세대 등의 합격률은 다 다르고 차이가 납니다. 결국 '고교 평준화'가 아닌 것이지요.

입학생을 추첨 선발하는 학교의 겉모습은 '평준화'되어 있을 지라도, 아이들이 방과 후 드나드는 학원은 결코 '평준화'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격차는 부모의 경제력 차이에서 옵니다.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하나고처럼 '상향 평준화'되어야 한다고요? 이런 날은 정부가 제 할 일에 열중해 공교육을 책임질 때, '평준화 보완론'이라는 허상에서 깨어날 때부터 비로소 가까워질 것입니다.


/김명신 교육운동가·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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