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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08/2009050801064.html
[Why]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별의 과정이란 걸 깨달았죠"(포천=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간이역' 모현호스피스 손 카리타스 수녀


호스피스 생활 20년째… 한 해 200명 가까운 환자 돌봐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곳이 아니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그런 자리예요"
"여기선 축하할 거리만 있으면 뭐든 파티를 벌여요 사진도 많이 찍어드리죠 환하게 웃는 생전 모습이 앨범으로 남겨지는 거예요"
'천국으로 가는 인생의 마지막 간이역.' 경기도 포천시 신읍동의 모현호스피스를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2005년 5월 문을 열어 지금까지 700여명이 이곳에서 삶을 마무리했다. 호스피스 생활 20년째를 맞는 손 카리타스(47) 수녀는 말기 암 환자들의 딸이자 동생, 언니와 누나로 하루를 보낸다.

"오전에 벌써 두 분이 돌아가셨어요. 새벽 2시에 위암 할머니 한 분, 10시에 췌장암 할머니 한 분. 위암 할머니는 이곳에 온 지 한 달이 안 됐는데 지난주 산정호수에 다녀온 게 참 잘 됐어요. 음식을 못 드셨는데 도토리묵을 잘게 잘라 드리고 막걸리를 빨대로 찍어 한두 방울 혀에 떨어뜨렸더니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지난달에는 스물두 분이 선종(善終)하셨네요. 정말 4월은 잔인한 달인가 봐요."

◆어머니의 마음

카리타스 수녀는 1989년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 들어와 수녀 생활을 시작했다. 어렸을 적부터 천주교 신자였던 그는 "소녀 시절부터 좀 청승맞은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환자가 단 한 사람도 없도록!”포천시 신읍동 모현호스피스를 찾는 말기 암 환자에 대한 카리타스 수녀의 약속이다. 그는“마당에서 침대에 누워 꽃내음을 맡으며, 병실 베란다에 나가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편안 히 생을 마친 환자도 있다”고 했다. ☞ 동영상 chosun.com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죽음과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는 그들이 편안히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지금 제가 있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임종하는 이들을 돌보는 것을 사명으로 1877년 영국의 메리 포터 수녀가 시작하셨어요. 성소(聖召) 모임을 하며 '바로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구나' 싶었죠. 수녀가 40여명인 '작은' 모임인데, 90% 이상이 임종(臨終) 사도직을 맡고 있어요. 여기 이름 모현(母峴)이 '어미 모'에 '언덕 현'이에요. 갈바리 언덕에서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 아들을 껴안았던 어머니의 그 마음."

그는 한 해 200여명 가까운 말기 암 환자와 함께 한다. 가까운 가족들의 평안한 임종을 지켜보며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별의 한 과정이란 걸 깨닫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수녀가 되기 전 친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예요. 3일 동안 누워 친척들과 일일이 이별 인사를 나눴어요. 장례도 집에서 치렀는데 전통적인 죽음의 방식이 참 편안했어요. 간암으로 고생한 외할머니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세상을 뜨기 며칠 전부터 집에서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했죠. 1995년 돌아가신 아버지, 파킨슨병으로 고생하시다 작년에 천국으로 가신 어머니도 저와 함께 마지막을 준비하셨어요."

◆동행(同行)

'우리는 이분들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 있겠습니다.'

모현호스피스 곳곳에 붙어 있는 글귀다. 그 아래 이곳에서 운명한 환자들의 이름이 가로세로 1년 365일의 칸마다 깨알같이 적혀 있다. 카리타스 수녀는 "매일 기도하고 이름을 부르며 그들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모현호스피스는 3층짜리 아담한 건물을 쓴다. 1층은 노인 전문 요양원, 2층은 말기 암 환자를 낮 동안 돌보는 시설이다. 호스피스 병동은 3층이다. 병상은 모두 19개로 2인실이 7개, 4인실이 하나다. 오후의 햇살이 방안에 가득한 '해바라기방'은 임종실로 사용했다.

의료진과 수녀 등 10여명이 24시간 환자들을 돌본다. 환자들은 유동식을 투여하는 '콧줄'도, 수액을 공급하는 링거줄도 매달지 않고 있었다. 통증 완화 조치를 충분히 받아서 그런지 표정이 밝았다. 매일 아로마 마사지를 받고 뜨끈한 목욕 서비스도 일주일에 한 번 받고 있었다. 카리타스 수녀는 "마당에서 침대에 누워 꽃내음을 맡으며, 병실 베란다에 나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생을 마친 환자도 있었다"고 했다.

"보통 환자들은 짐짝 취급을 당하죠. 가족들 힘들게 하고, 병원비 까먹는 존재로 스스로를 폄하해요. 여기선 젊은 환자들이 카네이션을 만들어 부모님께 달아주고, 엄마 환자들이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시간을 마련하죠. 선물 전달식은 늘 울음바다가 되지만 가족에게 뭔가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환자들이 뿌듯해해요."

가장 애통했던 죽음을 묻자 카리타스 수녀는 한 30대 회사원을 떠올렸다.

"키가 크고 잘생겼죠.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는데 췌장암 판정을 받은 거예요. 만삭의 아내는 결혼 1주년을 보름 앞두고 제왕절개로 첫 아이를 낳았죠. 아내는 실밥도 뽑지 못한 채 남편의 병실을 찾았고 핏덩어리 아들과 아내, 남편이 침대를 붙이고 마지막이 될지 모를 밤을 함께 보냈어요. 이틀 뒤 남편이 세상을 떴죠. 준비했던 결혼 1주년 파티는 끝내…. '제 인생의 2년만 떼어서 그에게 부탁한다'는 기도를 난생처음으로 드렸어요."

그는 90년대 초반 겪었던 강릉 50대 맹인 여성의 죽음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간암 투병 중이던 그에겐 입양한 초등학생 아들이 있었다. 임종을 앞두고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일일이 이별의 편지를 썼다. 아들이 삐뚤빼뚤 대필(代筆)한 편지마다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세상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고 한다.

◆나우 앤 히어

카리타스 수녀가 강조하는 원칙이 하나 있다. '나우 앤 히어(now and here)'다. 무엇이든 지금 즉시, 바로 여기서 하자는 것이다.

"우릴 기다려주는 환자는 없어요. 내일 잘해주면 되지 하지만 이들은 그 밤을 기다려주지 않아요. 차 시간 때문에 내일 가야지 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좀 흐리니까 다음 주에 소풍을 가자고 했는데…. 바로 다음 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입술을 깨물어요."

카리타스 수녀는 지난 월요일 환자 한명과 영화 '워낭소리'를 보러 갔다. 의료진과 수녀 등 대여섯명이 동행했다. 그는 "아픈 사람 놓고 잔칫상 벌이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여기에선 뭐든 생일이든 결혼기념일이든 축하할 거리만 있으면 파티를 벌인다"고 했다.


▲ 카리타스 수녀는“환자는 우릴 기다려주지 않는다”며“무엇 이든 지금 즉시, 바로 여기서 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 환자들은 다시 축하받을 기회가 언제일지 모르는 분이에요. 사진도 많이 찍어드려요. 대부분 웃으면서 카메라를 받아들이시죠. 가족들 품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생전의 모습이 앨범으로 남겨지는 거예요."

그녀는 최근 이곳에서 숨을 거둔 환자 118명의 사진을 한장 한장 보여줬다. 임종 5일 전 산소 호흡기 잠깐 빼고 찍은 환자의 얼굴은 해맑았고 임종 두 시간 전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는 한없이 편안해 보였다. 즐거운 생일 잔치를 벌이는 여자 환자는 촬영 다음날 가족들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그는 남겨진 가족에 대한 관심도 잊지 않는다. 토요일마다 사별가족 모임을 10번째 이어가고 있다. '말기 암 환자나 보호자와 마주 앉을 1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을 무엇을 할 것인가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무 얘기 안 하고 그냥 안아줄 것 같다"고 했다.

◆편견

카리타스 수녀는 시간 그리고 편견과 전쟁을 치른다. 그는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곳'이란 편견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공기 좋고 깨끗한 병원으로 간다면서 자식들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환자는 '이놈들이 이제 나를 고려장 치는구나' 하며 악다구니를 써요. 오자마자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돌아가시는 분도 있죠. 오래지 않아 의식을 잃은 채 생을 마감하십니다."

그는 이곳에서 28일의 여생(餘生)을 보낸 할아버지가 운명 8시간을 앞두고 구술한 편지를 읽어 줬다.

'너희들 눈에는 내가 고통스럽게 보이겠지…. 나는 지금 아주 상쾌하다. 햇빛 밝은 쪽마루에 앉아 맑은 물로 발을 싹싹 닦은 것처럼.'

그는 서로 준비하고 화해할 시간을 줘야 한다면서 남매를 잇달아 잃은 어느 아주머니의 얘기를 했다. "작년 12월 심장마비로 아들을 잃은 아주머니였는데 이별할 준비도 못하고 떠나 보낸 게 그렇게 애통하다던 그분은 암 투병하던 딸아이를 생각하면 차라리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어요."

그는 특히 어린 아이들의 죽음 앞에 절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골육종으로 투병하던 열세살 여자 어린이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열세살. 죽음을 받아들이기엔, 아니 죽음이 뭔지 깨닫기엔 너무 어린 나이잖아요. 보통 말기 암 환자들은 잠들면 다시 눈을 뜨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잠들지 못해요. 이 아이는 얼마나 눈을 부릅떴는지 수면제도 들지 않았어요. 마지막까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그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는 통증에 대한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겪지 않으면 고통의 깊이를 절대 알 수 없다"면서 완화 치료에 대해 환자 중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견디지 못할 고통을 견디라고 하는 것은 무지(無知)를 넘어 폭력"이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존엄한 죽음

매일 누군가는 생을 마감하는 모현호스피스의 생활이 두렵지는 않을까. 카리타스 수녀는 "그럴수록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이 일을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호스피스란 통합의 과정"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그냥 슬퍼하고 좀더 살기 위해 애쓰다 경황 없이 이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훨씬 값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돌아가시는 순간 환자복 대신 미리 준비한 깨끗한 평상복이나 한복을 입도록 하는 것도 고인에 대한 배려의 하나라고 했다. 남겨진 가족들이 숨진 환자의 몸을 같이 씻기며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반나절까지 애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는 것도 그런 뜻이라고 했다. '존엄한 죽음'에 대해 그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실낱 같은 기대감에 민간 요법까지 두루 거치면서 인생을 정리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고 안타까워했다.

"환자 95% 이상은 '한 달만 빨리 올 걸 그랬다'며 눈물을 흘립니다. 병원에서는 이런 얘기를 왜 안 해주느냐는 거예요. '다잉 웰(Dying Well)'이란 책이 있습니다. '죽음을 어떻게 살까'랍니다. 어떻게 고통을 살고, 어떻게 가난을 살아야 할까요. 거부할수록 죽음은 더 어려워질 것 같아요."

카리타스 수녀는 최근 4인실 방에서 돌아가신 할머니만 생각하면 명치끝이 아린다고 했다. 노래 한 곡을 해 달라는 부탁에 '좀더 연습해서 들려주겠다' 했는데, 이틀 동안 서울 출장 갔다 온 사이에 그만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지난 2주 내내 가슴에 걸렸어요. '거위의 꿈'이란 노래를 듣고 싶어하셨는데, 가수 인순이씨가 여기 와서 불러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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