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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린 작품은 비교적 뒤에 나온 대작 <불의 검>을 먼저 본 후, <비천무>를 그 후에 보게 되었다.
<테르미도르>는 그녀의 아마도 3번째 장편인 것으로 알고 있다.  3권으로 재판된 것을 보면 책 한권의 두께가 약간 두껍다.

데뷔대작 <북해의 별>, <비천무> 다음에 나온 작품인 것인데 그림은 이미 완숙미에 많이 다달해 있는 거 같다.
여전히 가늘지만 주제가 주제인 만큼 (프랑스 혁명 배경) 그림 필체는 좀 더 힘이 있어졌다.  여전히 드레쉬~한 외모의 미남 미녀가 주인공.

야망있는 귀족이 되고자 아내와 아들을 버린 못된 아버지는 결국 아들의 손에 의해 붙잡혀 혁명 시대 당시 공포정치로 재판없이 단두대로 보내 버린다.  그가 핍박받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남몰래 사모하고 있던 귀족 여인의 가족을 몰살시키는 데 앞장선 주인공 유제니와 그럼에도 나중에 그를 사랑하게 되는 알뤼느, 알뤼느의 약혼자 줄르와의 삼각관계 속에서 프랑스혁명 시대 배경을 상당히 무겁게 커다란 비중을 내내 차지하도록 일관한다.  어쩌면 순수한 순정만화 독자들은 이 작품을 보면서 '왜 이리 연애 장면이나 러브신이 안 나오냐'는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혁명의 풍운아들에겐 사랑이란 사치라는 인색한 시대의 아이러니에 눌려 버린 건 아닌지...  그러다 보니 전 3권에 그 묵직한 주제를 잘 다루는 것도 힘겨운 작업이었을 듯...  난 역사를 좋아해서 재밌게 봤다.

따라서 주인공들만 가공인물이고 그들을 둘러싼 대부분의 프랑스 혁명 실존 중요 인물들이 두루 등장하는, 일종의 만화라기 보다 읽고 나면 '대체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에 대해 찾아 보기라도 하자'라는 궁금증을 열게 할 만큼 상당한 깊이의 혁명사를 재현해 냈다.  만화작가라기 보다 이 사람 역사가 아니야? 라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

그래서 <북해의 별>도 그렇고 <테르미도르>도 그렇고 한 때 운동권 사람들이 애독했던 만화라고도 한다.
주제와 흘러가는 분위기만큼 엔딩도 사실 비극이라고 할 수 있겠지.  유제니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비참히 죽으니깐...  슬퍼라..
그래도 총 맞아 죽은 게 다행.  단두대 (길로틴)는 넘 무서워~~
(김혜린 작품의 주인공들은 사실상 해피엔딩보다는 비극으로 끝날 거 같은 느낌이 들게 그린다.  가늘게 찢어져서 슬픔을 한 껏 담고 있는 큰 눈에다 쭉 뻗은 코, 촉촉히 젖어 있는 입술 등...)


김혜린의 작품세계 중 링크..
http://kimhyerin.com/works/thermi_fram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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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테르미도르'란 프랑스 혁명력 중 한 달의 이름으로서, 작품에 나오는 대로 테르미도르의 반동 때 로베스 피에르 등이 죽었다.  작품 중에도 간간히 테르미도르 (열월)를 비유하고 표현하는 씬들이 나오는데 작열하는 한여름 태양 아래 혁명이 추구해 온 본래 휴머니즘보다 그 부작용 내지는 힘든 현실의 모순 관계를 은유하기도 하는 거 같다.  (순전히 내 생각)


'테르미도르(Thermidor)'란? - 프랑스 혁명력 중 11번째의 달('열의 달')
* 프랑스 혁명력 : 1793년 10월에 제정, 1792년 9월 22일을 공화국 제1년 제1일로 함. 훗일 나폴레옹이 폐기함. (대원판 2권, 7쪽)

1. 방데미에르 (포도의 달)
2. 부뤼메르 (안개의 달)
3. 프리메르 (서리의 달)
4. 니보즈 (눈의 달)
5. 플루비오즈 (비의 달)
6. 방토오즈 (바람의 달)
7. 제르미널 (종자의 달)
8. 플로레알 (꽃의 달)
9. 프레리알 (목장의 달)
10. 메시도올 (밀의 달)
11. 테르미도르 (열의 달)
12. 프록티도올 (열매의 달)

* 테르미도르는 1793년 7월 19일부터 8월 17일까지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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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6.09.19 11:56
    늦바람이 무섭다더니...만화계에 입문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거의 전문가 수준이구먼..
  • ?
    최유진 2006.09.19 14:28
    뭐가 전문가라는... '글솜씨' or '뒷조사'?? 열정이 이 정돈 돼야~~
    난, 제대로 된 독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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