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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09:35

행복한 육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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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희의 행복한 육아] 아이가 언제까지나 내 품속에 있었으면…'맘&앙팡' 편집장

입력 : 2009.07.05 15:30


이불을 얇은 것으로 바꾸고 선풍기를 방에 들여놨는데도, 어느새 아이 머리카락은 땀으로 축축하다. 옆에서 슬슬 부채를 부쳐주다가 '이 아이가 더 이상 크지 않았으면…'하고 생각했다. 내 품에 쏙 안겨서 행복해 하는 모습이 참 예뻐서, 오후가 되면 전화를 걸어와 "엄마, 오늘 맛있는 것 사 와"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말이다. 집에 도착하면 "엄마다!"하고 소리 지르며 내가 넘어질 정도로 꽝하고 안기는 그 충만한 느낌이 사라질까 아쉬워서 말이다. 자면서도 내 몸을 만지작거리는 작은 손과 반짝거리는 동그란 얼굴을 보면서 이 아이가 크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한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과의 미래를 그리듯이 아이와 나의 미래를 꿈꿔보는 것이다.

두 아이가 음악을 즐길 나이가 되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함께 가고 싶다. 그냥 구경만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하룻밤 묵으면서 그 자유로움과 사람들과의 부대낌, 음악이 주는 열기, 열정과 무질서함을 같이 느끼고 싶다.

두 아이와 책을 돌려보는 것도 하고 싶다.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쉬는 날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밤의 원숭이'를 돌려보며 키득거리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하루 정도는 무협지를 쌓아놓고 정파와 사파의 힘겨루기를 함께 해보면 어떨까.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배낭 여행도 하고 싶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 점점 더 거리가 생길 때,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 밀려오기 시작할 때, '나'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할 때, 낯선 공간에서 서로 존재를 느끼고 의지하며 먼지 잔뜩 묻은 얼굴로 세계의 길거리를 다니고 싶다. 지금 처한 어려움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아이가 꿈꾸는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하루 정도는 온종일 TV를 함께 보면서 연예인들에 얽힌 스캔들이나, 서로의 취향에 대해 기탄없이 이야기만 하는 날도 있으면 좋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하루 정도는 회사의 내 옆자리에서 다른 기자들처럼 온종일 부려 먹고 싶어지기도 한다. 회의도 함께하고 기사도 같이 작성하면서 서로 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정말 하루 정도는 아이의 유치원 책상 옆에서 온종일 함께 있고 싶다. 같이 급식을 먹고 화장실에 가고 복도를 뛰어다니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밤새 인류와 사회와 죽음과 미래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치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듯이 말이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열기에 물들면 벌떡 일어나서 "그러니까 말이야"라고 소리 높여 이야기하면서….

아이가 실연하면 술 한 잔 사줄 수 있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기도 하다. 내 경험을 이야기해 주면서 실연이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치 오래된 친구에게 하듯이 아무 말 없이도 위로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아이는 내가 그랬듯이 친구들에게서 위로받을 것이고, 친구들과 연예인 스캔들을 공유할 것이고 유치원부터 학교생활을 함께할 것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바라는 것은 '잔소리 없는 삶'과 '두툼한 용돈'이겠지만 아이가 잠든 사이 엄마의 꿈은 이렇게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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