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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8&no=683208

[월요아침] 웬 `한국의 오바마`가 이리 많나  
  

미국 44대 대통령에 오바마가 당선되자 도처에 `오바마 열풍`이다. 오바마 부친의 고향 케냐, 오바마가 어린시절을 보낸 인도네시아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지구촌 곳곳에 상표와 간판, 심지어 아기 이름까지 오바마로 짓는 게 유행이란다. 평평해진 세상이니 그 정도야 웃어넘길 애교인데 한국에서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코리아의 오바마`를 자칭한다는 데는 웃고 싶은 마음이 싹 없어진다.

쫄딱 망한 한국의 진보정치를 오바마 열풍에 편승해 되살려보려는 간절함엔 동정이 가지만 오바마를 `미국의 386`이라고까지 부르는 상상력엔 말문이 막힌다. 철부지들 말장난은 그렇다쳐도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오바마 상표를 이마에 붙이고 청와대까지 덩달아 `이명박=오바마` 공식을 슬슬 흘리려 드는 건 대체 무슨 경우인지.

그토록 오바마를 닮았다고 내세우려면 최소한 한 가지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오바마가 선거캠페인 내내 외친 변화(Change)와 통합(Unite)은 한국에서도 양립할 수 있는 가치인가. 그의 노래처럼 `Yes We Can`을 말할 수 있다면 그동안 뭘 해냈는지 내놓아 보라. 정권 쥐었을 땐 내편 네편 갈라 실컷 싸우게 만들고 민생이 파탄지경에 이른 요즘에도 부러진 깃발 대신 촛불 켜들고 훼방놓을 궁리만 하는 게 한국 진보세력의 깜냥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런 통합능력 결핍에선 이명박 정부도 다르지 않다. 11년 전 외환위기를 극복한 동력은 고급 술집에서 "이대로"를 외친 부유층이 아니라 장롱 속 금붙이를 꺼내오고 직장을 잃어도 묵묵히 견뎌준 중산층-서민이었다. 그런데도 홍수날 때 폐수 흘려보내듯 금융위기 난리통에 옳다구나 노무현표 대못 뽑기에 열중하며 부유층 비위만 맞추고 있지 않으냐는 얘기다. 70여 년 전 루스벨트가 벽난로 곁 흔들의자에 앉아 라디오를 통해 희망의 말을 전해주던 노변담화(爐邊談話)를 초고속 인터넷이 씽씽 돌아가는 21세기에 흉내낸다한들 국민이 감동할 리 없다.

감동은 그런 포장에서 나오지 않는다. 보수건 진보건 오바마 상표를 활용해 먹으려면 47세의 영리한 혼혈아가 변화와 통합을 어떻게 조화시켰는지부터 연구해야 한다. 변화란 어떤 의미로든 기득권 세력의 희생을 동반한다. 하지만 너만 손해봐라는 식의 변화로는 절대 통합을 못 이룬다. 다수의 정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와 효율의 극치를 추구하는 시장경제가 빚어내는 미묘한 상충(相衝)이 변화와 통합 사이에도 존재한다.

오바마의 연설 내용이나 공약집 어디에도 대단한 콘텐츠나 신비스런 정책은 없다. 인권, 낙태, 의료, 환경 등 복잡한 현안도 그는 별로 떠벌이지 않았다. 상원의원으로 법안 하나 제대로 내본 적 없는 애송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대단한 업적도 없다. 본인 스스로 캠페인 기간에 "괴상한 이름을 가진 말라깽이 흑인소년이 여기에까지 온 행운을 갖게 된 것이야말로 미국의 위대한 가치"라고 외치고 다녔다.

그러나 오바마는 `부자들 것 빼앗아 당신 지갑 채워주마` 같은 한국식 좌파 구호가 아니라 자기 노력으로 꿈을 이루는 사회를 되찾자고 호소했다. 국민은 부시 행정부가 저질러 놓은 현 상황(status quo)에 좌절해 있었지만 오바마는 자신의 인생역정 자체가 위대한 미국 사회의 결과물임을 강조하면서 잠재력에 불을 지피려 노력했다. 검은 미국과 흰 미국, 진보의 미국과 보수의 미국을 넘어선 `하나의 미합중국`을 마틴 루터 킹 목사 같은 감동적 목소리로 역설했고, 남들이 단점이라고 여긴 피부색깔도 국민통합을 위한 장점으로 바꿔놓았다.

물론 오바마의 변화와 통합도 완성품은 아니다. 캠페인은 성공했지만 실천은 이제부터다. 농구 빼놓고 대체 잘하는 게 뭔지 모를 그의 일천한 경력 때문에라도 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일단 오바마는 정치란 바로 국민을 감동시키고 행복하게 하는 것임을 깨우쳐줬다. 행복의 크기는 강도(强度)보다 빈도(頻度)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가난한 날의 행복을 경제학적 수치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소모적인 정치를 생산적인 경제보다 우월하게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 정치인들이 오바마를 닮고 싶다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그의 요령부터 배울 일이다.

[이동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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