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30 13:10

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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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적(五賊)】=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렸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것다.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



옛날도 먼 옛날 상달 초사훗날 백두산아래 나라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멍으로 듣던 중엔 으뜸인, 아동방(我東方)이 바야흐로 단군-이래, 으뜸, 으뜸가는 태평태평 태평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도둑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은 배가 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을 신물이 나서, 사시장철 벗고 사니, [고재봉]이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 공자님 당년에도 도척이 났고, 부정부패 가렴주구 처처에 그득하나, 요순시절에도 [사흉]은 있었으니, 아마도 현군양상(賢君良相)인들 세살버릇 도벽(盜癖)이야, 여든까지 차마 어찌할 수 있겠느냐?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것다. 남녘은 똥-덩어리 둥둥, 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 북녘은 털이 빠진 닭똥구멍 민둥, 벗은 산 만장아래 성북동~수유동 뾰쪽, 남북간에 오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 게딱지 다닥다닥, 코딱지 다닥다닥, 그 위에 불쑥, 장충동~약수동 솟을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은 대로 솟구쳐 올라 삐까 번쩍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국회의원~고급공무원~장성~장차관이라! 이름 하는, 간-뗑이가 부어, 남산하고 목질기기가 동탁-배꼽 같은, 천하에 흉포한 오적(五賊)의 소굴이렷다!



사람마다 뱃속이 오장육보로 되었으되,
이놈들의 배안에는 큰 황소불알만한 도둑보가 곁붙어 오장-칠보,본시 한 왕초에게 도둑질을 배웠으나 재조는 각각이라! 밤낮없이 도둑질만 일삼으니 그 재조 또한 신기(神技)에 이르렀것다. 하루는 다섯-놈이 모여, 십년-전 이맘때 우리 서로 피로써 맹세코 도둑질을 개업한 뒤 날이 날로 느느니 기술이요! 쌓는 느니 황금이라! 황금 십-만근을 걸어놓고, 그간에 일취월장 묘기(妙技)를 어디 한번 서로 겨룸이 어떠한가? 이렇게 뜻을 모아 도(盜)짜 한자 크게 써 걸어놓고, 도둑시합을 벌이는데, 때는 양춘가절(陽春佳節)이라 날씨는 화창, 바람은 건듯, 구름은 둥실, 저마다 골프채 하나씩 비껴들고, 꼰아잡고, 행여 질세라 다투어 내달아 비전(泌傳)의 신기(神技)를 자랑해 쌓는다.



첫째도둑 나온다!
재벌이란 놈이 나온다!
돈으로 옷을 해 입고, 돈으로 모자를 쓰고, 돈으로 구두해 신고, 돈으로 장갑해 끼고, 금시계, 금반지, 금-팔지, 금단추, 금-넥타이 핀, 금-카후스보턴, 금-박클, 금-니빨, 금-손톱, 금-발톱, 금-작크, 금시계줄. 디룩디룩 방댕이,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뿅뿅! 뀌며 아그작아그작 나온다!



저놈 재조 봐라! 저 재벌-놈 재조 봐라!
장관은 노랗게 굽고 차관은 벌겋게 삶아, 초치고, 간장치고, 계자치고, 고추장치고 미원까지 톡톡! 쳐서, 실고추~파~마늘을 곁들여, 날름세금을 받은 은행돈, 외국서 빚낸 돈, 온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이쁜 년을 꾀어서 첩을 삼아 밤낮으로 직신작신 새끼를 까기, 여념이 없다! 수두룩 까낸 딸년들 모조리 칼을 쥔 놈께 씨앗으로 밤참에 진상하여, 귀띔으로 정보를 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을 샀다가 길이 뚫리면, 한몫을 잡고, 천(千)원공사(工事) 오원에 쓱싹, 노동자임금은 언제나 외상! 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 [숙수]를 뺨치것다!



또 한 놈이 나온다!
국회의원이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가 끓는 목소리로 응얼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공양 휘휘감고, 혁명공약-모자를 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를 번쩍, 깃발같이 높이 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혓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 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중농(重農)이 닷!
빈농(貧農)은 이농(離農)으로 건설이 닷!
모든 집은 와우식(臥牛式)으로, 사회정화(社會淨化) 닷!
정인숙(鄭仁淑)을, 정인숙(鄭仁淑)을 철두철미 본받아 랏!
궐기를 하랏, 궐기를 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족제비야, 사구라야, 유령(幽靈)들아, 표-도둑질, 성전(聖戰)에로 총궐기를 하랏!

손자(孫子)에도 병불염사(兵不厭邪), 치자 즉 도자(治者卽 盜者)요!
공약인 즉 공약(公約卽 空約)이니,

우매(遇昧)국민 그리 알고, 저리 멀찍 비켜 서랏!
냄새가 난다 퉤~!
골프 좀 쳐야 것 다!



셋째 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이 나온다!
풍신은 고무풍선, 독사같이 모난 눈, 푸르 족족 엄한 살,
콱 다문 입-꼬라지 청백리(淸白吏) 분명 쿠나!
단것을 갖다 주니 쩔레쩔레 고개저어, 우린 단것 좋아 않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구,
어~허!

저놈 뒤 좀 봐라! 낯짝하나 더 붙었다.
이쪽보고 히뜩히뜩 저쪽보고, 혜끗 혜끗, 피둥피둥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이빨-꼴이 가관이다! 단것 너무 처먹어서, 새까맣게 썩었구나, 썩다 못해 문들어져, 오리(汚吏)가 분명 쿠나, 산같이 높은 책상 바다같이 깊은 의자 우뚝 나직 걸터앉아, 공(功)은 쥐뿔도 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한손으로 노-땡큐요! 다른 손은 땡큐! 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없어, 책상위엔 서류뭉치, 책상 밑엔 지폐뭉치, 높은 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청(請)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 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요정(料亭)마담 위 아래로 모두 별 탈 없다더냐?

넷째-놈이 나온다!

장성-놈이 나온다!
키가 크기 팔대장성, 제 밑에 졸개행렬 길기가 만리장성,
온몸이 털이 숭숭, 고리눈, 범아가리, 벌렁 코, 탑삭 수염, 짐승이 분명 쿠나! 금은 백동, 청동 황동, 비단공단 울긋불긋, 천근만근 훈장으로 온몸을 덮고 감아, 시커먼 개다리를 여기차고 저기차고, 엉금엉금 기나온다 장성-놈 재조 봐라! 쫄병들 줄, 쌀가마니 모래가득 채워놓고, 쌀은 빼다 팔아먹고, 쫄병들 먹일 소돼지는 털 한개씩 나눠주고, 살은 혼자 몽창 먹고, 엄동설한 막사가 없어, 얼어 죽는 쫄병들을, 일만하면 땀이 난다, 온종일 사역시켜, 막사를 지을 재목을 갖다 제집을 크게 지어놓고, 부속차량, 피복-연탄,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을 한 놈, 군기(軍紀)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쉬 엇! 열중, 열중, 열~중~쉬~엇! 열중! 빵빵들 데려다가 제마누라 화냥끼 노리개로 묶어두고, 저는 따로 첩을 두어 운우어수 공방전(雲雨魚水 攻防戰)에 병법(兵法)이 신출귀몰(神出鬼沒).


마지막 놈이 나온다!
장차관이 나온다!
허옇게 백태 끼어, 삐적! 삐적! 술지게미 가득 고여 삐져나와, 추접무화(無化) 눈꼽이 낀 눈, 형형하게 부라리며 왼손은 골프채로 국방을 지휘하고, 오른손은 주물럭주물럭 계집젖통 위에다가 증산 수출 건설이라 깔짝깔짝 쓰노라니, 호호 아이 간지럽사와요! 이런 무식 한 년, 국사(國事)가 간지러워? 굶더라도 수출이 닷! 안 팔려도 증산이 닷!, 아사(餓死)한놈 뼉다귀로 현해탄에 다리를 놓아, 가미사마 배알 하잣! 째진 북소리 깨진 나팔소리 삐삐빼빼 불어대며 속셈은 먹을 궁리, 검정세단 있는데도 벤츠를 사다놓고 청렴결백 시위코자 코로나만 타는 구나! 예산에서 몽땅 먹고, 입찰에서 왕창 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씹으며, 켄트를 피워 물고 외래품 철저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 나서, 어허 거참 달필(達筆)이다.
추문 듣고 뒤쫓아 온, 말을 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 꿍얼꿍얼, 자네 핸디 몇이더라...


오적(五賊)이 절륜한 솜씨를 구경하던 귀신들이,
깜짝 놀라서 어마? 뜨거워라! 저놈들한테 붙잡히면 뼉다귀도 못추리 것 다. 똥줄 빠지게 내빼버렸으니, 요즘엔 제사지내는 사람마저 드물어 졌 것다. 이리한참 시합이 구시월 똥-호박, 무르익듯이 몰씬몰씬 무르익어 가는데,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나라망신 시키는 오적(五賊)을 잡아들여라!
추상같은 어명이 쾅~!
청천하늘에 날벼락을 치듯, 쾅쾅쾅 연거푸 떨어져내려 쏟아져 퍼부어 싸니, 네이 당장에 잡아 대령 하겠나이다!, 대답하고 물러선다.


포도대장이 물러선다!
포도대장, 거동을 봐라!
울뚝불뚝 돼지-코에 술-찌꺼기 허어옇게 묻은 메기주둥이,
침은 질질질! 장비사돈네팔촌 같은 텁석부리 수염, 사람여럿 잡아먹어 피가 벌건 왕방울 눈깔 마빡에, 주먹-혹이 뛸 때마다 털렁털렁!열십자로 팔을 벌리고, 맷돌같이 좌충우돌! 사자같이 으르르르릉!이놈 내리훑고 저놈 굴비를 엮어, 종삼~명동~양동~무교동~청계천, 쉬파리, 답십리~왕파리, 왕십리~똥파리, 모두 쓸어 모아다. 꿀리고 치고 패고, 차고 밟고, 꼬집어 뜯고, 물어뜯고, 업어 메치고, 뒤집어 던지고, 꼰아 추수이고, 걷어 팽개치고, 때리고, 부수고, 개키고, 까집고, 비틀고, 조이고, 꺾고~깎고, 베기고, 쑤셔대고, 뭉그러뜨리고, 직신작신 조지고, 지지고, 노들강변 버들같이 휘휘낭창 꾸부러뜨리고, 육방망이~세모쇳장~갈쿠리~긴칼~짧은칼~큰칼~작은칼, 오라수갑~곤장~난장 곤봉~호각, 개다리~소다리, 장총~기관총, 수류탄~최루탄~발연탄~구토탄~똥탄~오줌탄~뜸물탄~석탄~백탄, 모조리 갖다 늘어놓고 어흥! 호랑이 방귀-소리와 같은 으름장에 깜짝! 도매금으로 끌려와, 쪼그린 된 민중들이 발발! 전라도 개땅쇠, 꾀수-놈이 발발! 오뉴월 동장군(冬將軍) 만난 듯이, 발! 발! 발! 떨어댄다.


이놈!
네놈이 오적(五賊)이지!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날치기요!
날치기면 더욱 좋다!

날치기~들치기~밀치기~소매치기~네다바이,

다 합쳐서, 오적(五賊)이 그 아니냐?
아이쿠! 난 날치기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펨프요!
펨프면 더욱 좋다!
펨프~창녀~포주~깡패~쪽쟁이 다 합쳐서,
풍속사범, 오적(五賊)이 바로 그것 아니더냐?
아이쿠! 난 펨프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껌팔이요!
껌팔이면, 더욱 좋다!
껌팔이~담배팔이~양말팔이~도롭프스팔이~쪼코렛팔이 다 합쳐서,
외래품을 팔아먹는 오적(五賊)이 그 아니냐?
아이쿠! 난 껌팔이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거지요!
거지면, 더 더욱 좋다!
거지~문둥이~시라이~양아치~비렁뱅이 다 합쳐서,
우범오적(五賊)이란? 너를 두고 이름이다.
가자 이놈! 큰집으로 바삐 가자!
애고 애고, 난 아니요!
오적(五賊)만은 아니어라우.

나는 본시 개땅쇠로, 농사로는 밥을 못 먹어, 돈벌라고 서울 왔소.
내게 죄가 있다 면은, 어젯밤에 배고파서 국화빵 한 개를 훔쳐 먹은, 그 죄밖엔 없습니다.



이리 바짝! 저리죄고, 위로 틀고, 아래로 따닥! 찜질~매질~물질~불질~무두질에, 당근질에, 비행기-태워 공중잡이, 고춧가루~비눗물에 식초까지 퍼부어도 싹아지 없이 쏙쏙 기어 나오는 건, 아니랑 께롱! 한 마디뿐이 것 다. 포도대장은 할 수없이, 꾀수놈을 사-알살! 꼬실른다. 저것 봐라!



오적(五賊)은 무엇이며?
어디 있나 말만하면, 네 목숨은 살려 주마!
꾀수놈이 말을 듣고, 옳다꾸나! 대답한다.
오적(五賊)이라 하는 것은...
재벌과 국회의원~고급공무원~장성~장차관이란 다섯 짐승, 시방 동빙고동에서 도둑시합 열고 있소!



...으흠!
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정녕 그게 짐승이냐?
그라문이라우, 짐승도 아조 흉악한 짐승이지라우!
옳다 됐다!
내 새끼야!
그 말을 진작하지...
포도대장이 하도 좋아 제 무릎을 탁! 치는데,
어떻게 우악스럽게 쳐버렸던지,
무릎-뼈가 파싹! 깨져버렸것다,
그러허나...
아무리 죽을 지경이라도 사(死)는 사(私)요, 공(功)은 공(公)이라!

네놈! 꾀수야, 앞장서라!
당장에 잡아다가 능지처참한 연후에 나도 출세해야 것 다!
꾀수놈을 앞세우고 포도대장이 출도를 한다.
범-눈깔을 부릅뜨고, 백주대로상에 헷드라이트 왕-눈깔을 미친 듯이 부릅뜨고,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소리소리 내지르며 질풍같이 내 닫는다.

비켜라!

비켜서라!
안 비키면 오적(五賊)이다~!!!
간다. 간다. 내가 간다!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우당! 우당! 우당탕! 쿵쾅~!!!
오적(五賊)잡으러 내가 간다!
남산을 홀랑 넘어 한강-물을 바라보니, 동빙고동이로구나!
우뢰(又賴)와 같은 저 함성, 범과 같은 늠름한 기상, 이완대장(李浣大將) 재래(再來)로다. 시합장에 뛰어들어 포도대장이 대갈일성,

이놈들 오적(五賊)은 듣거라~!
너희 한갓 비천한 축생인 몸으로...
방자하게 백성들 고혈을 빨아 주지육림이 가소롭다!
대역무도-국위손상, 백성원성이 분분하매, 어명으로 체포하니.
오라를 받으렷다!


이리 호령하고, 가만히 들러보니, 눈-하나를 깜짝하는 놈이 없이, 제일에만 열중하는데, 생김생김은 짐승이로되, 호화찬란한 짐승이라!
포도대장이 깜짝! 놀라, 사면을 살펴보는데....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이게 어느 천국이냐?
서슬이 푸른 용트림이, 기둥처처 승천하고, 맑고 푸른 수영장엔 벌거벗은 선녀(仙女)가득, 몇 십리에 수풀들이, 정원-속에 그득그득, 백만-원짜리 정원수(庭園樹) 백만-원짜리 외국(外國)개, 천만-원짜리 수석비석(瘦石肥石), 천만-원짜리 석등석불(石燈石佛), 일억-원짜리 붕어~잉어, 일억-원짜리 참새~메추리, 문(門)도 자동, 벽도 자동, 술도 자동, 밥도 자동, 계집질~화냥질~분탕질도 자동! 자동!


여대생(女大生)-식모로 두고, 경제학박사를 회계로 두고, 임학(林學)박사는 원정(園丁)으로 두고, 경영학박사는 집사로 두고, 가정교사는 철학박사로, 비서는 정치학박사, 미용사는 미학(美學)박사, 박사! 박사! 박사!,


잔디가 행여 죽을세라! 잔디에다 스팀을 넣고, 붕어가 행여 죽을세라 연못 속에 에어컨을 넣고, 새들 행여 추울 세라, 새장-속에 히터를 넣고, 개밥이 행여 상할세라! 개집 속에 냉장고를 넣고,


대리석인 양옥(洋屋)위에 조선기와 살짝! 얹어, 기둥은 코린트식(式),  대들보는 이오니아, 선자추녀 쇠로치고, 굽도리 삿슈를 박고, 내외분합 그라스룸, 석조(石造)벽에 갈포를 발라, 앞 뒤퇴 널찍 터서 복판에 메인-홀 두고, 알매달아 부연을 얹고, 기와위에 이층을 올려 이층위에 옥상을 트고, 살미살창 가로닫이 도자창(盜字窓)으로 지어놓고, 안팎 중문 솟을대문 페르샤-풍(風)으로 본 따놓고, 목욕탕은 토이기풍(風), 돼지우리는 왜풍(倭風)으로 당!당!


집-밑에다 연못파고 연못-속에 석가산(石假山) 대대층층! 모아놓고,열어 제킨 문틈으로, 집안을 언 듯 보니, 자개 케비넷, 무광택 강철함롱, 봉을 그린 용장, 용을 그린 봉장, 삼천삼백삼십삼층장, 카네숀 그린 화초장, 운동장만한 옥쟁반, 빌딩같이 높이 솟은 금은~청동~놋촉대, 전자시계, 전자밥그릇, 전자주전자, 전자젓가락, 전자꽃병, 전자거울, 전자책, 전자가방, 쇠-유리병, 흙-나무그릇, 이조청자, 고려백자, 거꾸로 걸린 삐까소, 옆으로 붙인 샤갈, 석파란(石坡蘭)은 금칠액틀에 번들번들 끼워놓고, 내리닫이 족자는 사백점을 걸어두고, 산수화-조호접-인물(山水花鳥蝴蝶人物) 팔천팔백팔십팔점이 한꺼번에 와글와글, 백동-토기, 당화기, 왜화기, 미국화기, 불란서화기, 이태리화기, 호피담뇨 씨운 테레비, 화류 문갑속의 쏘니-녹음기, 대모책상 위의 밋첼-카메라, 산호책장 곁의 알씨에이 영사기, 호박필통에 꽂힌 파카만년필, 촛불 켠 샨들리에, 피마자기름 스탠드라이트, 간접직접 직사곡사, 천장바닥 벽조명이 휘황 칸칸 호화-율율....



여편네들 치장을 보니 청옥머리핀, 백옥구두장식, 황금-부로취, 백금이빨, 밀화귓구멍가게, 호박밑구멍마게, 산호-똥구멍마게, 루비-배꼽마게, 금파단추, 진주귀걸이, 야광주코걸이, 자수정목걸이, 싸파이어-팔지, 에어랄드-팔지, 다이야몬드-허리띠, 터키석(石)안경대, 유독 반지만은 금칠한 삼원짜리 납반지가 번쩍번쩍 칠흑암야에 횃불처럼 도도 무쌍(無雙)이라!

온갖 음식 살펴보니 침 꼴깍 넘어가는 소리 천지가 진동한다
소털구이, 돼지콧구멍볶음, 염소수염튀김, 노루뿔-삶음, 닭네발-산적, 꿩지느라미-말림, 도미날개-지짐, 조기발톱-젓, 민어 농어 방어 광어 은어 귀만 짤라 회무침, 낙지해삼비늘조림, 쇠고기 돈까스, 돼지고기 비후까스, 피안뺀 복지리, 생귤, 숙율, 능금, 배씨만 발라 말리 워서 금딱지로 싸놓은 것, 바나나식혜, 파인애플화채, 무화과 꽃잎-설탕 버무림,롱가리트유과, 메사돈약과, 사카린잡과, 개구리알-수란탕, 청포우무, 한 천묵, 괭장 망장과 화주, 산또리, 계당주, 샴펭, 송엽주, 드라이찐, 자하주, 압산, 오가피주, 죠니워카, 구기주, 화이트호스, 신선주, 짐빔, 선약주, 나폴레옹 꼬냑, 약주, 탁주, 소주, 정종, 화주, 빼주, 보드카 람주(酒)라!아가리가 딱 벌어져 닫을 염도 않고 포도대장 침을 질질질질질질 흘려 싸면서 가로되 놀랠, 놀짜로다!


저게 모두 도둑질로 모아들인 재산인가?
이럴 줄을 알았더라면 나도 일찍 암치 도둑이나 되었을 걸,
원수로다, 원수로다!


양심(良心)이란? 두 글자가 철-천지 원수로다!
이리 속으로 자탄-망조하는 터에, 한 놈이 쓰윽 다가와 써-억 술잔을 권한다. 보도, 듣도, 맛보도, 못한 술인지라! 허겁지겁 한잔두잔 헐레벌떡! 석잔 넉-잔 이윽고 대취하여, 포도대장이 일어서서 일장연설을 해보는데, 안주를 어떻게나 많이 처먹었는지 이빨이 확 닳아 없어져 버린 아가리로, 이빨을 딱딱 소리를 내 부딪쳐가면서 씹어뱉는 그 목소리 엄숙하고, 그 조리정연하기 성인군자의 말씀이라!

만장-하옵시고,
존경하옵는 도둑님들!
도둑은 도둑의 죄가 아니요!
도둑을 만든 이 사회가 죄입네다.

여러 도둑님들께옵선 도둑이 아니라!
이 사회에 충실한 일꾼이시니, 부디 소신(所信)껏!
그 길에 매진~용진~전진~약진하시길 간절히 바라옵고, 또 바라옵니다!
이 말끝에 박장대소가 천지를 요란케 할 때, 포도대장이 뛰어나가 꾀수놈을 낙아 채어, 오라에 묶어세운 뒤에, 요놈! 네놈을 무고죄로 입건한다!



때는 노을이라...
서산낙일에 객수(客愁)가 추연한데,
외기러기가 짝을 찾고 조각달이 희게 비껴,
강물은 붉게 타서 피가 흐르는데...
어쩔 꺼나, 두견이는 설리설리 울어 쌌는데, 어쩔 꺼나!
콩알과 같은 꾀수를 묶어 비틀비틀! 포도대장이 개-트림으로 돌아가 네...

어쩔 꺼나? 어쩔 꺼나! 우리 꾀수를 어쩔 꺼나!
전라도서 굶고 살다. 서울로 와 돈번다더니....
동대문~남대문~봉천동~모래내에서 온갖 구박을 다 당하고,
기어이 가는 구나, 가막소로 가는 구나!

어쩔 꺼나!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한사정을 누가 있어 바로잡나, 잘 가거라! 꾀수야!...부디부디 잘 가거라!

꾀수는 그길로 가막소로 들어가고,
오적(五賊)은 뒤에 포도대장을 불러다가, 그 용기를 어여삐 여겨 저희-집에 솟을대문, 바로 그 곁에 있는 계집-속에 살며, 도둑을 지키라하매, 포도대장이 이 말을 듣고 얼~시구 좋아라! 지화자 좋네, 온갖 병기(兵器)를 다가져다. 삼엄하게 늘어놓고, 개집-속에서 내내 잘살다가, 어느 맑게 게인 날-아침,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다 갑자기 벼락을 맞아 급살을 하니, 이때 또한 오적(五賊)도 육공(六孔)으로 피를 토하며 꺼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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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23 로드리게스 감독영화.. 1 file 2010.10.04 633
» 오적... 2010.09.30 938
1121 집 컴퓨터 사양 file 최유진 2010.09.28 932
1120 스케이트보드 동영상 2010.09.19 1120
1119 우리 모두는 격려를 필요로 한다 최유진 2010.09.15 865
1118 강원도 바우길 정보 최유진 2010.09.13 1058
1117 7호 태풍 곤파스 file 최유진 2010.09.11 1049
1116 BLUE SEA 정성하 2010.09.10 1066
1115 청태산휴양림 가는 길목 맛집 2010.09.03 1622
1114 집구조 file 2010.09.03 1051
1113 test 3 최유진 2010.09.01 1030
1112 test 2 최유진 2010.09.01 754
1111 유튜브 동영상 올리는 법 file 2010.09.01 974
1110 test 2010.09.01 747
1109 스케이트보드 관련사이트 1 file 2010.08.29 942
1108 광수의 뿔난 생각 최유진 2010.08.25 959
1107 남편들은 이렇게 지저분하게 하루 저녁 피로를 넘긴다. 1 file 2010.08.24 955
1106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 최유진 2010.08.24 906
1105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인셉션> 1 file 최유진 2010.08.17 948
1104 풀리지 않는 한국의 13대 미스테리 1 2010.08.13 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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