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5 11:22

공교육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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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4466.htmlhttp://korea.kr/newsWeb/pages/brief/categoryNews2/view.do?newsDataId=148663396&category_id=subject§ion_id=EDS0205006

“학교에서 다 배우는데 학원은 왜 가나요?”
[기획특집] 사교육 무풍지대를 가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지 모르지만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성적을 좌우하고, 그 성적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결정되는 시대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에는 사교육 광풍이 휘몰아치고, 공교육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왜곡되고 흔들리는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인재 양성’을 5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정한 정부는 특히 올해를 공교육 정상화 원년으로 삼고 ‘교육경쟁력 강화’ ‘사교육비 절감’ ‘교육복지 확대’ ‘교육내용 선진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인재는 돈과 주입식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창의적 사고와 인성,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 속에서 길러진다. 적어도 지금의 중학생들이 입시를 치를 때쯤엔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2월 하순 아침, 초등학교 6학년 김모 군의 방에서 요란한 자명종 소리가 울린다. 이불 속에서 한참을 뒤척이던 김 군은 결국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향했다. 세수를 마치고 토스트와 우유로 아침을 때운 김 군은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수학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직 새 학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학원에서는 벌써 2학기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중학교 과정을 배우는 친구까지 있으니 김 군의 선행학습은 늦은 편이다. 학교 선생님들은 선행학습을 마쳤다는 것을 전제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미리 해두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시간은 낮 12시. 점심을 먹고 집에서 잠시 컴퓨터 게임을 하던 김 군은 오후 1시 50분쯤 다시 태권도학원 셔틀버스에 올랐다. 태권도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영어학원으로 가야 한다. 영어학원에서 치르는 단어시험에 나올 ‘Community(공동체)’를 전날 밤 몇 번이나 외웠지만 김 군은 ‘공동체’가 뭔지 그 뜻을 모른다.

학원을 모두 마치고 돌아온 시각은 오후 6시 30분. 저녁을 먹은 뒤에도 김 군의 공부는 이어진다. 컴퓨터 앞에 앉아 1시간 동안 인터넷 영어학습을 하고, 새 학기에 대비해 국어·수학 문제집을 풀고 나면, 한자 학습지가 기다린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항상 밤 11시가 넘는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김 군의 하루는 더욱 빠듯해질 것이다. 요즘 초등학생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가 지난해 12월 전국의 학부모 52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교육행복 평균점수는 50.4점이었다. 특히 정부의 공교육 정책에는 40점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줬다.


그 때문일까. 설문 응답자의 88%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응답했다. 월평균 사교육비는 가구당 74만 원, 자녀 1인당 45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연간 산업활동 동향’ 자료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대부분의 업종에서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했지만 교육 서비스업은 오히려 2.4% 성장했다.

공교육이 부실하다는 것은 2월 16일 발표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날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전국의 초등6, 중3, 고1 학생 196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40년 가까이 평준화 교육에 묻혀 있던 학교·지역 간 격차가 확연히 드러났는데, 사교육이 성행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학력 격차가 심각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도저히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초등 6년생 1만 5000여 명(2.4%), 중3 학생 6만 9000여 명(10.4%), 고1 학생 4만 4000여 명(9%)이 기초학력이 미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몇몇 학교에서는 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의 위기 속에서도 공교육을 되살리려는 교육현장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실제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충남 청양군 정산면 서정리의 정산초등학교가 대표적이다.

정산초교는 지난해 10월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 5과목 전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평균점수도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학교 근처엔 변변한 보습학원조차 없으니 그야말로 공교육만으로 일군 값진 성과다. 전교생 259명, 그 가운데 지난해 기초학력평가를 받은 6학년은 58명이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결코 적은 숫자도 아니다.

정산초교는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논산~천안 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공주IC를 빠져나와서도 구불구불 지방도로를 한참 더 달려야 나오는, 주위가 논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농촌학교다.

정산초교 박현태 교장은 “운이 좀 따랐을 뿐”이라며 겸손해했지만 학생들을 만나고 학교를 둘러보면서 정산초교가 이룬 성과는 ‘운’이 아니라 필연의 산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도서관. 비치된 책이 무려 8500권에 이른다고 한다. 빠듯한 학교 예산을 수년째 아껴 구입한 것이다. 아침마다 독서시간을 갖는가 하면 독서인증제, 독서 골든벨 울리기, 학년별 다독왕 선정 등 학생들이 독서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들을 마련하고 있었다.



박 교장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다독을 권장한 것도, 방과후 교실에 논술지도 과정을 넣은 것도 그 때문이다. 선생님들에게도 암기식 수업보다는 학생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수업을 하도록 권장했다. 그 덕분인지 국어 과목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98.2%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또한 ‘기초학력 부진학생 제로(Zero)화’를 목표로 학력부진 학생들을 개별맞춤식으로 지도하고 있었다. 그러려면 학생들의 개인 환경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매년 3, 4월을 ‘찾아가는 교육상담의 달’로 정하고 담임교사가 가정방문을 한다. 박 교장은 “교사와 학부모가 만나 학생의 생활습관, 학업문제, 교우관계, 여가시간 활용 등 작은 부분까지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학생 개개인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맞는 지도방법을 찾아내게 된다”며 가정방문의 효과를 강조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못 쓰는 아이나 기본연산능력이 없는 아이를 대상으로 밑다짐학습반(기초학습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군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기본학습이 부진한 아이들을 개별 지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반이라도 학생별로 숙제가 다르다. 학생을 몇 개 그룹으로 나눠 수준에 맞는 숙제를 내주기 때문이다.

이 학교 6학년 홍윤아(13) 양은 “선생님이 수업을 하시면서 모르는 아이가 있는지 꾸준히 확인해서 모르는 아이가 있으면 다시 설명을 해주세요. 또한 수업을 시작할 때 전 시간에 배운 것을 다시 물어봐서 모르는 아이가 있으면 또 설명을 해주시고요. 그래서 모르고 넘어갈 수가 없어요”라고 수업 분위기를 설명했다.

임병수(13) 군도 “뒤떨어지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와 짝을 지어줘서 공부를 도와주고 있어요. 또한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쉽고 간단한 질문을 해 자신감을 갖고 대답할 수 있도록 합니다. 칭찬도 많이 해주고, 성적이 오르면 상도 주고 해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만들어줍니다”라고 자랑했다.

교사들의 열의도 상상 이상이었다. 취재팀이 찾아간 날은 종업식을 마치고 모든 선생님들이 1박 2일 MT를 떠나는 날이었다. 놀러 가는 게 아니다. 선생님들이 각자 구상한 새 학기 교육계획과 방법론을 한 가지씩 함께 토론하면서 보완하는 자리라고 한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교육연수였다.

“이 자리에서 수정하고 보완한 교육 계획과 방법론은 학부모들의 설문조사를 거쳐 한 번 더 보완합니다.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더 잘 가르쳐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이 정도의 공교육 열정이라면 학부모도 학생도 불만이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있는 덕성여중은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국정연설에서 “이것이 대통령으로서 내가 꿈꾸는 교육현장”이라고 격찬한 학교다. 덕성여중은 전교생이 학기 중은 물론 방학 동안에도 학원이나 개인 과외를 다니지 않고 모든 공부를 학교에서 해결하는 ‘사교육 없는 학교’다.

덕성여중 김영숙 교장은 학생들이 학원에 가는 이유를 선행학습과 보충학습 두 가지로 파악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를 학교에서 소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우수학생(탐구반) 프로젝트’와 ‘부진학생(부진반) 프로젝트’를 만들어 정규 수업 전후에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별 맞춤형 수업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학년당 10~20명의 학생들로 구성됐다.



또한 전교생이 자율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방과후 수업을 마련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4개 과목을 상중하 3개 반으로 나눠 내신 보충수업을 진행했다. 학교에서 월 10만 원 안팎의 저렴한 금액으로, 수준별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원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50%가 넘는 학생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 학교는 전교생 335명의 ‘개인 카드’를 갖고 있다. 담당 교사는 매일 시간대별로 기입할 내용을 이 개인 카드에 기록한다. 수업시간에는 담당교사가 특이사항을, 수업이 끝나면 자습실 담당 교사가 파일에 학생의 특징을 적는다. 올해부터는 여기에 성적을 합산해 아예 ‘맞춤형 개인 파일’로 만들 계획이다. 학생 실력을 파악하면 지도하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학부모들과의 상담 때도 피상적으로 하지 않고 철저하게 이 개인 파일을 토대로 자세히 설명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학교가 내 아이를 정성으로 돌보고 있구나’ 하는 신뢰를 갖게 된다.

충북 청주에 있는 세광고등학교는 올해 16명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해 비수도권 일반고 중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냈다. 수도권 일반고 중에는 서울 휘문고가 21명을 합격시켰는데, 휘문고의 3학년 학생은 575명이다. 반면, 세광고의 3학년 정원은 350명이니 정원 대비 합격률로 보면 세광고가 더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 의대와 치대, 한의대에 38명을 합격시켰고, 연세대에 35명, 고려대에도 33명을 합격시켰다. 미국 듀크대 1명, 일본공대 국비유학생 5명 등 외국으로 직접 진학한 학생들도 있다.

이러한 놀라운 결과 뒤에는 역시 사교육을 대신해 만든 방과후 과정인 ‘수준별 심화학습 프로그램’이 한몫했다. 방과후 과정은 ‘한빛학사반’과 ‘심화반’으로 구성돼 있다. 학년별로 최고 실력을 지닌 40명을 뽑아 한빛학사반을 꾸렸다. 학사반 학생들은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부했다. 심화반은 30명으로 구성되는데 학교에서 숙식하는 것을 제외하면 학사반과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이화여대 병설 미디어고에서는 미술반 학생 18명 중 17명이 미대에 합격했다. 미대로 진학하려면 한 달에 50만~60만 원씩 하는 입시미술학원을 다니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는데, 이곳 학생들은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았다. 미술교사로 재직 중인 임경묵 선생님이 별도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도한 것이다.

임 교사는 학생들 입시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을 보충하기 위해 홍익대 앞 학원가를 찾아가 입시 노하우를 배워오기도 했다. 동료 미술 교사들도 퇴근시간을 미뤄가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결과 작은 기적을 일군 것이다.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 동참 학교 점점 늘어

공교육이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되자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에 본격 나서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 있는 구영중학교도 그중 하나다. 구영중 허남술 교장은 “공교육 강화를 위해 사설학원 수준을 넘는 강사진을 구성해 학교에서 교과목 중심의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과후 학교는 3월부터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5개 과목을 대상으로 오후 6시부터 하루 3시간씩 주 15시간 운영한다. 학원식 종합 교과과정인 셈이다. 수준별로 20명 안팎의 학생들로 구성하는데, 수강료는 월 60시간 기준으로 9만 6000원(5과목)이라고 한다.

학교 측은 학생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인 서울의 유명 학원 강사를 초빙할 예정이라고 했다. 허 교장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 정착되면 전국 최고 수준의 강의를 저렴한 비용으로 학교에서 들을 수 있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아예 학군별로 ‘사교육 없는 학교’를 선정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최미숙 대표는 큰 기대를 나타냈다. 최 대표는 “학교 경쟁력 강화와 교사들의 연구력 강화를 위해 사교육 없는 학교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교육의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김양옥 학력증진지원과장은 “교육 여건이나 지역적 특성이 비슷한 지역 내 학교 간에도 교육과정,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 등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크게 달라진다”며 “공교육 안에서 학생들의 학력이 신장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일본 아키타현, 공교육만으로 2년 연속 학력 1위


일본의 교육현장은 우리나라 현실과 너무 많이 닮았다. 특히 명문대에 진학하려면 사립중학교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경쟁이 치열하다. 대도시에서 고액 과외, 학원 과외가 성행하고 있는 것은 기본이다. 따라서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즉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력을 좌우한다’는 환경론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같은 통설을 뒤집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2007년 일본에서는 43년 만에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전국 학력평가가 부활했다. 여기서 일본 47개 지역 가운데 평균소득이 최하위권인 아키타현 학생들이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 학생들을 월등한 점수 차로 제치고 전국 학력평가에서 2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아키타현의 기적에 일본 열도가 들썩거렸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울 뿐 아니라 변변한 학원조차 없는 곳이라 학생들의 실력은 곧 공교육의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일본에선 아키타현 교육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국 학력 1위’ 아키타현 교육의 강점은 ‘가정학습 노트’에 있다. 아키타현 교육위원회가 평소 학생들의 학습습관을 기르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숙제와 별도로 학생이 집에서 수학문제를 풀거나 작문을 하는 등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매일 자발적으로 한 뒤 담임교사에게 제출한다. 그러면 담임교사는 매일 가정학습 노트를 점검한 뒤 격려의 글을 남긴다. 그 영향으로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집에서 복습하는 비율이 74.5%로, 전국 평균(40.1%)의 두 배에 가깝다.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또한 오전 7시 이전에 일어나는 비율이 91.1%에 이른다.

더욱이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수준별 수업을 이끌어가는 질 높은 공교육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선생님들은 끊임없이 연구하며 수업시간 외에 방과후 지도, 가정학습까지 꼼꼼히 챙겨 낙오자를 없애는 열정을 보인다. 교장실도 언제나 개방돼 있어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찾는다.

아키타현은 1997년부터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적극적인 교육정책을 내놓았다. 지역 주민들 역시 교육 예산을 확대한 것에 대해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자발적으로 지역 학교를 지원했다. 이렇듯 아키타현의 기적은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학부모와 학생이 합심해 실천한 결과물이다.


■ 공교육 중요성 담은 책 펴낸 이화규 교사
“사교육 조금 쓰면 약, 많이 쓰면 독”


“학생의 학습의지만 있다면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대학에 갈 수 있다.”
지난해 말 ‘즐거운 교실공부(인디북)’를 펴낸 이화규(49) 씨의 소신 발언이다. 그는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이자 ‘노른자 학군’으로 통하는 서울 도곡동에 있는 숙명여고에서 20년간 국어를 가르쳐온 현직 교사다.

이 씨는 모든 혼란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의 큰 체계를 잡는 일이고 그 중심은 공교육, 즉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시스템의 체계적 변화가 이뤄져 사교육은 공교육을 조금 더 심화하는 수준으로 인식의 변환이 이뤄진 다음에야 공교육의 중심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씨는 학교를 믿고 단계적으로 수업 과정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막강한 입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교육은 옛날 한약재로 쓰인 ‘비상(砒霜)’과 다르지 않다. 극소량을 제대로 사용하면 사람을 구하는 약재가 되지만 다량을 쓰면 독이 된다. 내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사교육의 악순환이다. 학원에서 강조하는 선행학습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공교육에서 강조하는 부분을 놓치고, 그 놓친 부분을 따라잡기 위해 다시 사교육을 찾는 경우다. 사교육은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으로, 보충·심화 학습용으로 활용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씨는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교육에만 기대다가 학생들의 학습 성향 자체가 의존적으로 변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굳은 심지를 갖고 멀고 길게 보는 정신이 필요하다.”

<위클리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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