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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칼럼] '영웅'들의 읍소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국민에 대해 사과하고 “한 번만 봐달라”며 읍소한 것은 우리 당대사(當代史)의 한 희화적인 장면이었다. 그것은 일찍이 자신들의 오류를 한 번도 시인한 적이 없는 자칭 ‘진보’ 세력이 마침내 40년 만에 처음 자신들도 무오류(無誤謬)와 신성불가침의 존재가 아니라,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그리고 잘못을 이미 너무나 많이 저지른 사람들임을 ‘할 수 없이’ 자복한 사태였다. 물론 ‘악어의 눈물’이었지만….

지금까지 자칭 ‘진보’는 권위주의에 저항해 싸우는 과정에서 스스로 정의와 도덕과 진리의 독점적 대변자라는 자기 이미지에 심취해 왔다. 많은 사람들 또한 엄혹했던 그 시절에 감옥을 들락거리며 민주화와 인권과 약자의 권리를 부르짖었던 그들의 희생에 대해 일종의 특례적인 가산점을 주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노무현 정권의 출현은 바로 그런 용기와 희생에 대해 부담감과 미안함을 품고 살았던 동조자(fellow traveller)들과 20대 촛불 시위대가 그동안 진 빚을 갚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권도 그런 성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빚갚음’은 이제 급속히 반환점을 돌고 있다. 8~9년 동안 빚을 갚을 만큼 갚았기 때문에, 그리고 정권을 맡겨 보았더니 그네들의 밑천이 의외로 빨리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칭 ‘진보’는 너무 오만, 무례, 천박, 막가파로 나갔다. 자기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옛날 정권들과 딱히 밀착하지 않은 경우일지라도 일괄 ‘수구 삼각편대’ ‘반(反)민주-반(反)평화-반(反)민족-반(反)개혁’으로 몰아 ‘인민재판’하듯 했다. ‘이해찬 식(式) 막 나가기’ ‘정동영 식 편가르기’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들은 자기들에 맞서는 관점을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으로 여기지 않고, 청소해야 할 쓰레기쯤으로 취급했다. 그들의 방식은 유신-신군부의 배타적 획일주의와 너무나 닮았다. 그래서 그들이 유신-신군부에 왜 그처럼 대들었었는지, 그 명분과 이유를 완전히 상실했다.


그들은 또한 세상의 진화에 대해 너무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그들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민주 민족 민중’이라는 고색창연한 도식(圖式)밖에 달리 아는 것이라고는 없었다. 그들은 대학생 때는 시대의 선봉에 섰던 엘리트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영웅’이 되고 나서는 더 이상 학문적, 정신적 연마를 하지 않고 화석(化石)으로 퇴화했다. 그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왕년의 화려한 정치범’이라는 자기 이미지에 갇힌 회상(回想)의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로 고착되고 말았다.


그들은 결국 반항자로서는 두드러졌는지 몰라도 국가경영자로서는 무능하다는 평판을, 심지어는 그들의 열렬했던 ‘2002 서포터’들로부터도 받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20대의 일 자리를 늘려 주기는커녕 줄여 버린 정권, 경제를 ‘누구 누구’에 대한 삐뚤어진 앙심으로 다루는 정권, 한미동맹을 ‘관 뚜껑 닫기 전의 시체’로 만들면 중국·일본이 우리를 능멸한다는 것을 모르는 정권, 박정희의 인권탄압을 욕했으면서도 김정일의 몇천 배 더한 인권압살은 ‘내재적 접근법’으로 감싸는 정권, 김정일의 선의를 철석같이 믿다가 하루 아침에 ‘남북 열차운행 노(NO)’로 뒤통수 맞은 정권…. 이런 좌파를 더는 좋아해 줄 수 없다는 것이 근래의 민심인 셈이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때 마치 무슨 ‘탈권(奪權)’의 계기라도 왔다는 듯, 의기양양 좌파정권의 출현에 기여했던 세대와 유권자들도 자신들의 선택이 우리에게 어떤 세상을 가져다 주었는지, 그래서 우리 삶이 얼마큼 나아졌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3년 반’에 대한 이런 뼈저린 학습효과를 내재화(內在化) 할 때에라야 오늘의 젊은 세대는 선진한국의 희망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류근일 · 언론인
http://www.chosun.com/editorials/news/200605/2006052905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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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이 '정권 심판' 선거로 만들어 버린 5·31 선거


내일 광역시장·도지사 16명, 시장·군수·구청장 230명, 광역시·도의원 733명, 시·군·구의원 2888명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여야는 이 선거에 자신들의 死活사활이 걸린 양 죽자 살자 매달렸다. 前例전례를 찾기 힘든 폭력적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내 고장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본래의 뜻을 벗어나 정권의 中間중간 評價평가가 돼 버린 것이다.

대통령 임기 중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는 어느 정도는 정권 審判심판의 성격을 띠게 된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지방선거는 지방 일꾼을 뽑는 과정’이라고 강조하며 지방선거를 정권의 중간 평가로 만들지 않기 위해 선거 과열과 야당에 대한 자극을 自制자제해 왔다.


이 정부는 반대였다. 지난 3월 改閣개각은 새 장관을 임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산·대구시장, 경기·충남지사에 출마시키기 위해 現役현역 장관의 옷을 벗기는 절차였다. 이 중 두 명은 당초 장관에 임명할 때부터 대통령이 “名望家명망가로 키워 선거에 출마시키기 위해서”라고 人選인선 이유를 밝혔다. 여당 16개 시·도지사 후보 가운데 전직 장관 또는 장관급 자리를 거친 후보가 서울·부산·대구·광주시장, 경기·충남·경남지사 등 모두 7명에 달한다. 정권이 여권인사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5·31지방선거를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경남지사 후보의 경우 2002년 선거 때도 출마했다가 떨어지자 행정자치부 장관, 대통령 정무특보, 여당 최고위원을 거쳐 이번에 다시 출마했다. 한·미 FTA 협상 개시, 增稅증세처럼 선거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은 모두 선거 이후로 일정이 조정됐다.


지난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할 경우 그 원인을 묻는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 탓’이라는 응답이 31.4%인 반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탓’이라는 응답은 6.2%에 불과했다. 대통령이 개각 등 국가의 기본 人事인사를 여당의 자치단체장 후보 양성 과정으로 만드는 걸 보면서 국민은 이번 선거를 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 後遺症후유증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 정부가 정권의 모든 걸 쏟아 붓고도 나쁜 점수를 받게 되면 그 판을 뒤집기 위해 또 무슨 일을 벌이려 할지 걱정스러운 것이다. 그 판 뒤집기 시도 하나하나가 국가 경제와 국가 경쟁력을 심각하게 해치는 毒藥독약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http://www.chosun.com/editorials/news/200605/2006052906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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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



▲ 주용중 논설위원

이건 해도 너무했다. 참패도 이런 참패가 없다. 지방선거와 월드컵 간에 벌어진 국민 마음 사로잡기 경쟁 얘기다. 이번에 지방선거 체면은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와 월드컵 시즌이 겹쳤을 때도 그랬다. 당시 투표율은 48.9%였다. 사상 처음 50% 밑으로 떨어졌다. 월드컵은 국민을 하나로 모아가는 장사고, 선거는 그 과정에서 국민이 나뉘는 장사다. 월드컵이 더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올해엔 우리가 월드컵 주최국은 아니다. 월드컵 선수는 23명이지만 지방선거 후보는 1만2196명이나 된다. 인해전술(人海戰術)이다. 선수들은 2200평 축구장에 묶여 있지만, 후보들은 방방곡곡 골목골목을 새벽부터 밤늦도록 누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인기가 높다지만, 선거전을 독려한 대선 주자들의 인기도 만만치는 않다. 더구나 투표일은 당장 내일인데 월드컵은 다음달에야 개막된다.


감히 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는 못 돼도 어떻게 비벼볼 정도는 될 것이라고 후보들은 생각했다. 전략 중 하나는 월드컵 흉내내기였다. 유세차량엔 붉은 악마의 응원 사진이 나붙었다. 선거사무실 외벽에 자기 사진과 히딩크 감독 사진을 나란히 걸어 놓은 후보도 있다. 명함 뒷면엔 월드컵 일정표를 박아 넣었다. 지역 예산 공약을 축구 전술처럼 외치기도 했다. “4-3-3입니다. 4-3-3.”


결과는 무참하다. 길거리에서 명함을 돌리는 손길은 외면당하기 일쑤다. 태극 전사의 몸무게와 키는 사람들 입에서 줄줄이 읊어져도,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자기 동네 후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거리 유세에 나선 어느 서울시장 후보는 귀 기울이는 행인이 없자 오후 일정을 접은 날도 있다. 후보들의 플래카드도 요란하지만 빌딩을 덮어버리는 월드컵 걸개 그림에 견줄 바가 아니다.


지방선거가 월드컵에 박살 난 이유는 월드컵이 강적(强敵)인 탓만은 아니다. 도시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두세 곳 말고는 승패가 뻔한데 무슨 흥미가 쏠쏠하겠는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열린우리당 스스로 인정했듯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방적인 게임이 됐고, 국민들은 투표할 의욕을 잃게 된 것이다.


투표를 하든 안 하든 결과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투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것이 유권자의 고민이다. 이 대목에서 월드컵과 지방선거가 서로 딴판이기도 하다는 점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월드컵에서 국민은 관전자이자 응원가이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관전자인 동시에 주체(主體)다. 응원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과 투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 사이엔 결코 뛰어넘지 못할 만큼의 질적 차이가 있다.


선관위는 내일 투표율이 지난번보다 더 떨어질까 봐 애를 태우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치인들이 마음속으로 투표 결과를 승복하지 않게 된다. 50%가 넘는 국민들의 마음이 개봉되지 않았으니 “알게 뭐냐”고 딴청을 부리기 십상이다. 선출된 사람도 지역살림을 알차게 꾸려 나갈 추진력을 잃게 된다. 이미 한국의 지방선거 투표율은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대다수 OECD 선진국보다 낮아졌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중앙선거보다 높은 룩셈부르크나 벨기에는 꿈 같은 이야기다.


정당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도, 정당은 상관없이 제대로 된 사람을 지역살림꾼으로 뽑아 놓기 위해서도 투표는 해야 한다. 썩 흥미롭지는 않지만, 그래서 수고스럽지만 동네 후보들 이력을 한번씩 훑어 보고 투표장에 나가 보자. 링컨은 말했다.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


주용중 논설위원 midway@chosun.com

http://www.chosun.com/editorials/news/200605/2006052906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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