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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스펙’ 내신 1등급에 몰아준다

스카이(SKY) 진학률의 노예 된 학교 현장…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교내상, 해외연수 등 독점

 

<한겨레21>은 지난 제1147호에서 대학 자율에 맡겨진 현행 입시제도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의 문제를 다뤘다. 이번 제1150호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현행 입시제도 아래 고등학교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교사들이 교육 자원과 기회를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에게 몰아주는 현실을 짚는다.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 ‘수만휘’(cafe.naver.com/suhui)를 통해 실시한 수험생 대상 입시 인식조사를 토대로 ‘학교에서의 차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 가운데 8명과 전화 인터뷰했다. 학생들에게 취재한 내용을 교차 확인하기 위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을 통해 서울, 광주, 울산, 충북 지역 학교 교사 및 학부모들을 소개받아 만나거나 전화로 취재했다. 강원 지역 사립고에서 8년째 3학년 진학 담당을 했다는 한 교사는 따로 제보해 만났다.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고교별 서울대 합격 인원 자료와 고교별 사회경제적 수준을 알 수 있는 학교정보공시의 ‘학비 지원 항목’을 비교·분석했다.

 

 

학교생활기록부 중심 입시에서 성공하기 위해 대다수 일반고는 20~30명의 성적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심화반’ ‘정독반’ ‘특별반’ 등을 만들어 다양한 교육 기회를 몰아준다. 야간 자율학습을 일반 교실이 아닌 ‘사설 독서실’ 형태로 꾸민 특별 교실에서 하는 것이 대표적 혜택이다. 한겨레 강재훈 선임기자

“1학년 때부터 학교가 서울대로 보내려는 전교 1등이 있다. 모든 교내상의 대상은 걔가 다 탔다. 처음에는 우리도 공부 잘하니까 그럴 수 있겠지 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독서상’처럼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건 대상을 못 타는데, ‘독서감상문 대회’처럼 선생님이 임의로 주는 건 다 대상이다. 꺼림칙하다.” (학생 A)

“2학년 때 역사 선생님이 잘 봐주셔서 학생부 기록이 좀 생겼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가고 싶은데 1학년 때 학생부에 기록된 게 없어서 갈 수가 없다. 상위권 애들 말고는 선생님들이 우리한테 학생부 양식을 주면서 ‘너희들 입장에서 쓰지 말고, 선생님 입장에서 써오라’고 했는데 뭐라고 써야 할지 몰랐다. 아무 말이나 다 적었는데도 분량을 채우지 못했다.” (학생 B)

지난 1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울산지역모임 회원 7명을 만나는 자리에는 울산의 한 사립고에 다니는 학생 2명이 엄마와 함께 나와 재학 중에 겪은 차별 경험을 털어놨다. 두 학생은 2시간여 동안 학교가 성적 상위권 학생들인 ‘1등급’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차별하는 사례를 쏟아냈다. 엄마들은 학교에서 자녀가 받는 차별 대우를 들으며 놀라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B의 엄마는 “자기가 성적이 안 좋다는 것을 엄마한테 자각시키는 게 싫어서인지, 차별받는다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인지 이야기를 잘 안 한 것 같다”고 했다.

대학 진학이 목적인 일반고가 성적 상위권 학생들에게 우열반 등의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일은 과거 학력고사나 수능 위주 입시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학생부 위주 입시 제도 아래서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은 또 다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를 보면, 학생부에 기재된 교과 성적과 비교과 스펙(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독서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 모집 비율은 2017학년도 입시 전국 평균 29.5%에서 올해 2018학년도에는 32.0%로 늘어난다. 서울대(76.7%→78.5%), 고려대(30.3%→61.5%), 연세대(14.3%→23.6%) 등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대학의 학종 비율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고등학교는 성적 상위권 학생들에게 동아리·봉사 등 다양한 교육활동의 기회를 집중적으로 제공하여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 입학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학교의 평판을 끌어올리려는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① 교과 성적 1등급 학생이 편지 쓰기·체육대회 활동까지 독점

서울 금천구의 한 사립고 학생 C는 “1, 2등급 위주로 교내상을 많이 준다. 내가 받은 대부분의 상이 그랬던 것 같다. 편지 쓰기 같은 쓸모없는 대회라도 (수상자의) 대부분은 심화반 애들이었다”고 말했다. 문과 10명, 이과 20명으로 심화반을 운영하는 이 학교는 2012학년도 이후 2017학년도 입시까지 해마다 2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냈다.

인천의 한 공립고 학생 D 역시 “체육대회 등 교내 활동을 학생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서 프로그램을 짰는데, 선생님들이 공부 잘하는 애들에게 운영위원을 해보라고 권했다. 나도 그렇게 맡았고, 그게 스펙으로 학생부에 기록됐다”고 말했다.

성적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일반고의 투자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심화반 운영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영재학급’처럼 국가의 공식 교육 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학교도 많다. 교육청이나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기관은 ‘학교 밖 활동’으로 간주돼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지만 영재학급은 ‘교내 활동’으로 인정돼 학생부 기재가 가능하다. 영재를 육성하자는 취지의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른 영재학급 설치가 실제로는 상위권 대학 진학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 사립고의 교사 E는 “영재가 없는데도 영재학급을 한다. 모두 심화반 학생들이다. 입시 수업을 하는 건 아닌데, 대학 갈 때 학생부에 몇 줄 쓰기 위해 토요일마다 학생과 교사가 나와서 수업을 한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지망할 때 우리 학교 애가 영재학급 내용이 없으면 떨어질 게 아니냐. 인플레이션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연수’ 기회를 학교가 자체 예산으로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유행이다. 충북 지역에서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 인원이 가장 많은 공립학교인 ㅊ고는 여름방학에 1·2학년 전교 1~10등 학생 20명에게 중국 연수 기회를 준다.

ㅊ고의 ‘2016학년도 중국 해외연수 계획’을 보면 베이징대학교와 베이징의 고등학교 1곳을 방문한 것 말고는 만리장성, 자금성 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결국 ‘해외여행’이나 마찬가지였지만, 학교가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제공한 ‘해외연수’는 학생부에 기록되고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에 활용되는 등 주요한 스펙이 된다. 충남 지역에서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 인원이 가장 많은 사립 ㅂ고 역시 일본을 방문하는 ‘해외 교류 프로그램’과 ‘필리핀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충북 ㅊ고 졸업생 F는 “일반 학생들이 체험하는 국토순례나 수학여행은 각자 돈을 내고 가는데, 상위권 아이들이 가는 해외연수는 학교가 부담해서 무료로 가는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의 ‘기숙사 차별’에 대해서도 말했다.

“학생들 절반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방을 따로 쓰고 분리돼 있다. 우리는 ‘거리학사’ ‘성적학사’라고 부른다. 집이 먼 학생들이 있는 거리학사는 4층과 5층을 쓰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있는 성적학사는 1층과 2층을 사용하는데 출입구랑 가까운 1·2층이 아무래도 편하니까 이렇게 층을 구분한 것에 불만이 있다”고 했다.

차별적 교육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상당하지만, 학교는 진학 실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겨레21>이 박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받은 ‘2012~2016년 고교별 서울대 합격 인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충북 ㅊ고 서울대 합격자 44명 중 33명(75.0%)은 교사들이 학생의 학교 교육 활동을 기록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주로 반영하는 수시모집으로 합격했다. 국가고사 형태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주로 반영하는 정시모집 합격자는 11명(25%)뿐이었다.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는 데 ‘차별 대우’가 효과를 낸 셈이다.

② 1등급 학생의 교과 성적도 만들어진다

강원도의 한 사립고 교사 G는 ‘성적 조작’에 가까운 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교사는 지난 2월13일 기자와 만나 “우리 학교 전교 1등이 국어 시험에서 ‘자기가 틀린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교사들이 아무리 반박해도 교장은 결국 재시험을 보라고 했다. 학교에서 육성하는 아이니까 교사들도 그런 결정에 암묵적으로 동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시험까지 치른 ‘전교 1등’ 학생은 이번에 서울대에 진학했다. 그는 “‘스카이대’에 몇 명 갔느냐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다. 학교에서는 현실적으로 스카이대 갈 아이들을 밀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 광주의 사립고인 수피아여고에서는 교장의 지시로 교사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229회 접속해 1학년 성적 우수 학생 10명의 학생부 내용을 수정하는 일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수학 내신 1등급을 받은 학생과 2등급을 받은 학생이 뒤바뀐 사실이 광주지방경찰청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 학교에는 지난해 12월 “지난 3년간 서서 공부를 하거나 세수를 해가며 야간자율학습을 하고도 학교 측의 차별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됐다. 사회가 이런 곳입니까. 특정 사람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곳입니까. 우리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곳입니까. 정당하게 살 수 없는 곳입니까”라고 적은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수시모집에서 서울대에 2015년 7명, 2016년 5명의 합격자를 낸 수피아여고는 올해 1명의 합격자를 냈다.

장영인 광주사학비리척결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사립위원장·임곡중 교사)은 “수피아여고 교사들은 ‘우리 학교만의 일이냐, 다 그렇게 하지 않냐’고 억울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도 이런 일이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한겨레21>이 지난 1월 실시한 입시 인식조사에서 ‘학교에서의 차별과 배제 경험’을 묻는 항목에는 성적 관련 ‘비리’를 고발한 경우가 몇몇 있었다.

서울의 한 일반고 학생 H는 “기말고사 서술형 문제를 틀렸는데, (교사가) 맞게 해주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너의 평소 실력이라면 맞았을 것이다’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전남 여수의 한 일반고 학생 I는 “내신에서 불공평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수행평가 점수를 좋게 만들기 위해 따로 불러 수행평가 과제 결과물을 고치라고 한 적이 있다”고 설문에 적었다.

과거 객관식 문제만 있던 중간·기말 고사와 달리 최근에는 10~20% 범위에서 서술형 문제를 배치하거나 별도 과제를 부여하는 수행평가 등의 형태로 교사의 주관적 평가가 가능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학생부 정정 현황’을 보면, 지난해 9월까지 학생부 정정 횟수가 28만4548건인 가운데 교과 성적을 기록하는 부분인 ‘교과학습발달상황’에서도 2만8757건(10.1%)의 정정이 있었다.

③ 일반고 1등급, 부모와 학교 양쪽에서 ‘이중케어’

일반고에서 서울대 합격자가 나오는 상황을 마치 교육 불평등이 완화되는 것처럼 해석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스카이’에 가는 일반고 1등급은 ‘흙수저’가 아니다.

강원 사립고 교사 G는 “면 지역에 살면서 도시로 출퇴근하는 중산층이 많다. 우리 학교도 면 단위에 있다. 심화반에 들어오는 애들은 대체로 중산층 가정이고 주말에 서울에 가서 컨설팅을 받을 정도는 된다.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서울대에 간 전교 1등도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교육 격차 완화를 명분으로 2005학년도 입시부터 전체 모집 인원의 23.4%(2017학년도 기준, 3136명 중 735명)를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선발한다. 지역 출신, 특히 저소득층 출신 학생의 입학 기회를 넓히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서울대 신입생들의 가정환경을 살펴보면, 지역균형선발전형 도입 이후에도 고학력, 고소득 계층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5학년도 입시 결과를 보면, 아버지 교육 수준은 대졸·대학원졸(84.8%), 고졸(12.3%) 순이었다. 2011학년도(82.0%, 17.9%)보다 고학력 계층이 늘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학생부종합전형’이 본격화된 2015학년도 입시의 경우, 아버지 직업이 전문직이라고 응답한 학생 비율이 30.0%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3학년도(20.0%) 입시의 1.5배로 급등했다.

올해 충북 충주의 한 사립고를 졸업한 J는 특별반을 통해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체험학습’이나 서울에서 열리는 수시모집 설명회 등 다양한 학교 활동을 경험했다. 학교는 버스 대절이나 식사 등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은 대학 진학 실적으로 드러난다. J는 “특별반 애들은 아닌 애들과 대학 가는 게 차이가 많이 난다. 특별반 애들은 못해도 지방에 있는 좋은 국립대에 가는데, 특별반 아닌 애들은 지방 사립대나 전문대를 많이 간다”고 말했다. 올해 이과 1등은 국립대 의과대학에 수시모집으로 합격했는데, 이 학생의 아버지는 인근 대학의 교수라고 J는 전했다.

④ 학교, 사회 불평등 심화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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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가 ‘스카이대’를 위주로 운영되면서 공교육이 계층 격차를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심화하는 구실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상위권 대학들의 계층 구조를 살펴보면 사회 일반보다 계층 격차가 훨씬 더 심각하다. 교육이 사회 불평등을 더 심화하는 적극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2월10일치 보도에서 서울대 재학생 가운데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55%)과 신청자 중 소득 분위가 높아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9분위·10분위 학생(19.7%) 비율이 74.7%라고 했다. 고려대(72.3%), 연세대(72.6%)도 서울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상 스카이대 10명 중 7명은 국가장학금이 필요 없는 계층인 셈이다.

문제는 이른바 ‘입시 명문고’의 계층 구조도 점점 대학을 닮아간다는 데 있다. <한겨레21>이 ‘2012~2016년 고교별 서울대 합격 인원 자료’와 학교알리미 등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5명 이상 수시모집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 37곳(한국과학영재고 제외)에서 정부로부터 교육비를 지원받는 학생 비율(표 참조)은 10.6%에 그쳤다. 여기 포함된 일반고 10곳의 평균(9.2%)은 특목고·자사고 27곳(11.1%)보다도 낮았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36&aid=0000037743&cid=512473&iid=4940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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